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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동구릉 서울의 동쪽 끝 망우리 고개를 넘어가면 동구릉이 있다 동쪽으로는 동구릉 서쪽으로는 서오릉 서울에서 중고등 학교 시절을 보낸 학생치고 이곳으로 소풍 안가본 이가 없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매년마다 단골로 가는 곳이 바로 왕릉이었다 조선 왕조 오백년이 잠들어 있는 곳 일곱 분의 왕과 열 분의 왕비와 계비가 잠들어 있는 곳 59만여 평에 달하는 넓고넓은 대지에 맑은 공기와 숲이 우거진 곳 동구릉 조선 제1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 제5대 문종과 현덕왕후가 묻힌 현릉(顯陵) 제14대 선조와 의인왕후 그리고 계비 인목왕후가 묻힌 목릉(穆陵) 제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휘릉(徽陵) 제18대 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崇陵) 제20대 경종비 단의왕후가 묻힌 혜릉(惠陵) 제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의 원릉.. 2020. 10. 21.
구월구일 구절초 가을이 깊어갈수록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국화 이들이 지고 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리라 그런데 사실 들국화란 이름은 식물도감에는 없는 말이다 산과 들에 자기들이 알아서 피고지는 국화 무리들을 통틀어 우리는 들국화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산국, 감국, 참취 등이 그들이다 九節草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 9월 중양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라 이름붙였다고 하며 양의 기운이 쇠하고 음의 기운이 강성해지기 시작한다는 중양절에 꺾어 약초로 써야 효과가 좋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는데 그러면 자른다는 切을 써서 九切草라 해야 옳지 않을까?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9일간 한송이씩 핀다 하여 구일초 九日草 부인병에 좋은 약초라 하여 선모초 仙母草.. 2020. 10. 20.
관악산에서 가을에 산을 간다 봄꽃도 예쁘고 아름답지만 노랑빨강 물들이는 단풍과는 비교가 안된다 ​ 산에는 육산도 있고 골산도 있지만 바위가 많고 험준하여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을 특히 악산이라 부르는데 울퉁불퉁한 돌 위를 걷기에도 악조건이어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악산을 오르면 《악》소리가 난다는 진담같은 말이 생겼나보다 山자는 뫼나 산, 무덤 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岳자는 산 뒤에 언덕을 그린 것으로 山(뫼 산)과 丘(언덕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산세가 가파르고 높은 《큰 산》을 뜻한다 예전에는 관악이라 불렀던 관악산 악도 산이기에 관악이 아닌 관악산이라며 산을 붙이는건 마치 역전 /역 앞을 역전 앞이라 일요일을 일요일날, 족을 족발이라 부르는.. 2020. 10. 18.
코스모스 코스모스! 80년대 초반 전 세계 60개국에 방송되어 6억 시청자를 감동시킨 교양 프로그램 Carl Sagan 의 는 출간된 지 4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어린 시절 방송을 보며 받았던 감동과 열정을 되새기며 그때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오늘날의 40대와 50대 이른바 《코스모스 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cosmos는 원래 그리스어 κόσμος로 《질서 조화》를 의미하며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χάος)의 반대어이다 ​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만물이 조화롭게, 질서 있게 어울리는 상태를 관념적인 우주로 생각했기에, 곧 우주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다. ● 우주 Space / Universe / Cosmos 우주라고 해서 다 같은 우주가 아니라, 표현에 따라 .. 2020. 10. 14.
백일홍 百日紅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퇴치할 때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배에 흰 돛을,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기로 한 약속을 까먹고 검은 돛을 단 채로 고국 아테네로 돌아오는 바람에 아이게우스가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깃발 색 때문에 오해해서 벌어지는 비극은 세계 여러 설화에서 단골로 보이는 클리셰다.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설중에서 백일홍에 관한 얘기가 바로 그거다 아주 옛날 옛날 옛적에 바닷가 근처의 어촌 마을이 있었는데 그 곳에 머리 여럿 달린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나 어부들을 잡아먹고 태풍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데요 이무기의 극성이 날로 심해지자 사람들은 성질 나쁜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젊은 처녀를 이무기의 제물로 바.. 2020. 10. 12.
핑크뮬리 10월이면 곳곳이 코스모스와 함께 은빛 억새 물결로 출렁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을을 상징하는 꽃들이 은빛에서 분홍빛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짝이는 은빛 억새의 자리에 솜사탕 같은 연분홍빛 물결이 자리잡았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바로 핑크뮬리다 진하고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유화보다는 은은하고한 연하게 색칠한 파스텔화 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꿈일까 생시일까 현실의 세계가 아닌 듯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에서 헤매는 듯 마치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 말 그대로 Wonderland에 왔다는 느낌이다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핑크뮬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주로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북아메리카 남동부에서 자라며.. 2020. 10. 11.
경교장 김구 서대문사거리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한구석에 잔뜩 주눅이 들린 듯한 건물이 있다 이름하여 경교장. 예전에 어느 골목 초입에나 있던 여관이나 모텔 이름 같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공간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역사의 현장이다. 경교장,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이전에 적십자병원이,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경기감영이 있었다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거처하는 관청이니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경기도청이 되겠다 ​ 그 감영 앞에는 시내물이 흐르고 다리가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경교 京橋 김구 선생은 그 다리 이름을 따서 경교장이라 부르자고 했다. 커다란 집 경교장 일제강점기때 지은 이 저택의 원래 이름은 죽첨장(竹添莊)이다 竹添 죽첨은 다케조에(たけぞえ しんいちろう)라는 .. 2020. 10. 8.
당고개 점집 하늘이 꾸물꾸물하면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하다면 비가 오지 않도록 방책을 쓸 수 있을까?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불러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쏟아지는 비를 그냥 몸으로 맞을 것인가 아니면 비를 피하거나 우산을 마련하거나 옷이 젖지 않도록 대책을 찾을 것인가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지만 비를 피해 옷이 젖지 않도록 알려주는 곳 어디에 있을까? 지하철 4호선 당고개 행을 타고가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그 곳에서는 말한다타고난 사주 팔자는 바꿀 수 없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막혀있는 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고 비껴갈 수도 있다고... 말 못할 고민을 안고만 있어 답답하거나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풀고 싶을 때 가.. 2020.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