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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경교장 김구

by 창밖의 남자 2020. 10. 8.


서대문사거리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한구석에
잔뜩 주눅이 들린 듯한 건물이 있다




이름하여 경교장. 
예전에 어느 골목 초입에나 있던
여관이나 모텔 이름 같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공간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역사의 현장이다.



경교장,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이전에
적십자병원이,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경기감영이 있었다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거처하는 관청이니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경기도청이 되겠다

 


그 감영 앞에는
시내물이 흐르고 다리가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경교 京橋

수선전도 중 돈의문 주변 돈의문과 경기감영, 경교, 고마청, 서지, 영은문, 모화관이 표시되어 있다



백범일지


김구 선생은
그 다리 이름을 따서
경교장이라 부르자고 했다.


커다란 집 경교장
일제강점기때 지은 이 저택의
원래 이름은 죽첨장(竹添莊)이다


竹添
죽첨은
다케조에(たけぞえ しんいちろう)라는
일본 사람 이름이다

갑신정변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竹添進一郞 죽첨 진일랑
주한 일본공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은 33세
청나라 원세개는 25세
일본 다케조에는 43세였다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나자
제물포로 피신한 김옥균 등 주모자들이
일본선박 지도세마루(千歲丸)에
승선하려 했다.

다케조에 일본공사는 세가 불리함을 느끼고
청나라의 범인 인도 요구를 받아들여
김옥균 등에게 배에서 내리라고 한
그런 인물이었다.


신기독 암살당했을 때 책상위에 남아있던 유물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김옥균 등은 청나라 군대에 끌려갔을까?
아니다.

거사를 일으키며 고생을 같이한 동지를
적에게 넘기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라며 
지도세마루 선장이 김옥균을 숨겨주었다.

3일 천하의 주역들,
조선이라는 나라를 잠시나마 들었다놓은
시대의 풍운아 김옥균 일행은
일본 공사가 아닌
짐을 실어나르는 배의 선장 도움을 받아
화물선 배 밑바닥에 숨어서 그렇게
일본으로 도망갔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다케조에 신이치로 (竹添進一)를 기리고자
그가 거주했던 일대를
죽첨정 (다케조에마치, 竹添町)라 불렀다

광복이 되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들은
국난을 극복한 위인들의 이름을 따서
거리 이름을 바꿨다.

황금정(黃金町)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에서 을지로
본정(혼마치 本町)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서 충무로
죽첨정은
충정공 민영환에서 충정로라고
이름지었다.

김구와 조완구


1938년 7월 죽첨정에
서양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대저택이 지어졌다.
샹들리에가 있는 응접실과 식당,
당구실과 전용 이발실,
썬룸에 냉난방 장치까지
보통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시설이었다

죽첨정 1정목 1번지에 들어선
그 저택은 죽첨장이라 불렸고
주인은 최창학.



집 주인 최창학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대의 광업자였고
《광산왕》으로 통했다.
그는 백만장자도 아닌 천만장자답게
각종 친일 단체에 가담했으며
일본에 헌금 규모도 남달랐다.
그 비싼 고가의 비행기를 8대나 기부했다.

죽첨장은
돈과 권력 냄새를 풍기는
그런 사람들이 드나드는 접대용 건물이었다



1945년 11월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환국했으나
머물 곳이 없었다.

그 때
친일 기업가 최창학이 손을 내밀었다.



그 날부터  경교장은
임시정부의 활동 공간되었고
김구 주석과 임정요인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최창학은 집만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김구가 주도한
한국독립당의 주요 재정 후원자가 되었다



경교장은
친일기업가의 집에서
임시정부 청사가 되었고
한국독립당 본부로 바뀌었다



백범 김구선생이 암살된 후
최창학은 다시 경교장을 되찾아왔으나
정부로부터
친일 기업가로 낙인찍혀
재산 대부분을 몰수당했다.



그후 경교장은
타이완 대사관저로
그후에는미국 특수부대로
그러다가 베트남대사관저 등
돌고돌며 여러차례 바뀌었다가
1967년 삼성재단에서 매입하여
강북삼성병원  전신인
고려병원 본관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교장이 걸어온 길,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의 한 장면이다.
그 집이 어떤 얼굴로 보여지는 지는
각 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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