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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3

구월구일 구절초 가을이 깊어갈수록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국화 이들이 지고 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리라 그런데 사실 들국화란 이름은 식물도감에는 없는 말이다 산과 들에 자기들이 알아서 피고지는 국화 무리들을 통틀어 우리는 들국화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산국, 감국, 참취 등이 그들이다 九節草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 9월 중양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라 이름붙였다고 하며 양의 기운이 쇠하고 음의 기운이 강성해지기 시작한다는 중양절에 꺾어 약초로 써야 효과가 좋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는데 그러면 자른다는 切을 써서 九切草라 해야 옳지 않을까?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9일간 한송이씩 핀다 하여 구일초 九日草 부인병에 좋은 약초라 하여 선모초 仙母草.. 2020. 10. 20.
백일홍 百日紅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퇴치할 때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배에 흰 돛을,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기로 한 약속을 까먹고 검은 돛을 단 채로 고국 아테네로 돌아오는 바람에 아이게우스가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깃발 색 때문에 오해해서 벌어지는 비극은 세계 여러 설화에서 단골로 보이는 클리셰다.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설중에서 백일홍에 관한 얘기가 바로 그거다 아주 옛날 옛날 옛적에 바닷가 근처의 어촌 마을이 있었는데 그 곳에 머리 여럿 달린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나 어부들을 잡아먹고 태풍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데요 이무기의 극성이 날로 심해지자 사람들은 성질 나쁜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젊은 처녀를 이무기의 제물로 바.. 2020. 10. 12.
핑크뮬리 10월이면 곳곳이 코스모스와 함께 은빛 억새 물결로 출렁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을을 상징하는 꽃들이 은빛에서 분홍빛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짝이는 은빛 억새의 자리에 솜사탕 같은 연분홍빛 물결이 자리잡았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바로 핑크뮬리다 진하고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유화보다는 은은하고한 연하게 색칠한 파스텔화 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꿈일까 생시일까 현실의 세계가 아닌 듯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에서 헤매는 듯 마치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 말 그대로 Wonderland에 왔다는 느낌이다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핑크뮬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주로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북아메리카 남동부에서 자라며.. 2020.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