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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

핑크뮬리

by 창밖의 남자 2020. 10. 11.

 

10월이면
곳곳이
코스모스와 함께
은빛 억새 물결로 출렁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을을 상징하는 꽃들이
은빛에서 분홍빛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짝이는 은빛 억새의 자리에
솜사탕 같은 연분홍빛 물결이 자리잡았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바로
핑크뮬리다


진하고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유화보다는
은은하고한 연하게 색칠한 파스텔화 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꿈일까
생시일까

현실의 세계가 아닌 듯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에서 헤매는 듯
마치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

말 그대로
Wonderland에 왔다는 느낌이다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핑크뮬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주로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북아메리카 남동부에서 자라며
벼과 쥐꼬리새속으로 분류된다.

국내에는
2014년 제주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핑크뮬리를 처음 심었는데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기를 얻어나가자
이후 순천만 국가정원 등에서도 식재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고...


너무나 예쁘다는 찬사를 받으며
우리나라에서
엄청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핑크뮬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생지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멸종위기식물로 등록돼있다

핑크뮬리가 정착해
다발을 이루면
다른 식물의 생육에 방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데

국립생태원에서
핑크뮬리를 대상으로
생태계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2급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국립생태원에서는
핑크뮬리가
가을철 여행 테마로 인기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심어져
분포 면적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자연생태계로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종자가 산포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솜사탕 속으로 내려앉은 듯
새털같이 가벼운 분홍빛 세계에 파묻혀
즐겁게 보내는
가을날의
새로운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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