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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당고개 점집

by 창밖의 남자 2020. 10. 6.

 


하늘이 꾸물꾸물하면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하다면
비가 오지 않도록 방책을 쓸 수 있을까?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불러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쏟아지는 비를 그냥 몸으로 맞을 것인가

아니면
비를 피하거나
우산을 마련하거나
옷이 젖지 않도록 대책을 찾을 것인가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지만
비를 피해 옷이 젖지 않도록 알려주는 곳
어디에 있을까?

지하철 4호선 당고개 행을 타고가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그 곳에서는 말한다

타고난 사주 팔자는 바꿀 수 없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막혀있는 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고 비껴갈 수도 있다고...


말 못할 고민을 안고만 있어 답답하거나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풀고 싶을 때
가슴을 뻥~~하니 시원하게 뚫어주기도 한다니
속는 셈치고 가서
한 마디를 들어봄직도 할만할 듯 하다


예전에는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냐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나 믿어대는 미신이라고
그냥 돈만 뜯어내는 엉터리라고
터부시했던 곳
점집

그렇게 천대받았던 점이었건만
과학의 첨단을 달린다는 현대사회에서
젊은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나
이 사람 저 사람
새로운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점집을 찾아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타나는게
요즈음의 점집이다

왜 그럴까?
머리아프게 따져보지 말자
종교적 혼란이니 하며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고
사회가 어떻다고 하며 냉소적으로 볼 것도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알 수 없고 불안정한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어떤 초자연적인 신통력에 기대어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게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달이 되면 돈 잘 벌고 운수대통이라는데
내년이 되면 좋은 사람 만나서 잘산다고 하니
들어서 기분 좋고
그 점괘가 딱하니 맞으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신통하게 잘도 맞히네 하며 좋아하는게
요즈음의 점집이 아닐까?

오늘 날의 점집은
미움과 갈등으로 헤어졌던
연인들의 갈등을 풀어주며 재결합시켜주고
원서를 쓰고 또 쓰며 수없이 좌절하는
취업준비생을 토닥이며 격려도 해주기도 하는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해소시켜주는
상담사 노릇이나 카운셀링 역할도 한다는
그런 얘기도 있다

당고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맞닿은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넘나드는 고개였다고 한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돌을 쌓아 두고 안녕을 비는 성황당이 있었고
이 일대를 당현이라 불렀다
이제
그때를 기억할 만한 건 거의 다 사라졌지만
당고개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무수한 점집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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