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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

구월구일 구절초

by 창밖의 남자 2020. 10. 20.

 


가을이 깊어갈수록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국화
이들이 지고 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리라

 

 

그런데 사실
들국화란 이름은 식물도감에는 없는 말이다
산과 들에 자기들이 알아서 피고지는
국화 무리들을 통틀어 우리는 들국화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산국, 감국, 참취
등이 그들이다

 

 

九節草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
9월 중양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라 이름붙였다고 하며

양의 기운이 쇠하고
음의 기운이 강성해지기 시작한다는
중양절에 꺾어
약초로 써야 효과가 좋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는데
그러면 자른다는 切을 써서
九切草라 해야 옳지 않을까?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9일간 한송이씩 핀다 하여 구일초 九日草
부인병에 좋은 약초라 하여 선모초 仙母草

 

 

중일!
예로부터 우리가 지내온 명절 가운데
날짜와 달의 숫자가 겹치는 날을
重日이라 했다

1월 1일 : 설날
3월 3일 : 삼짇날
5월 5일 : 단오날
7월 7일 : 칠석날
9월 9일 : 중양절 등이
바로 그 날들이다

 

 

숫자에서
홀수 기수奇數 odd number는 양수陽數
짝수 우수偶數 even number는 음수陰數 이기에

1.1 / 3.3 / 5.5 / 7.7 / 9.9
양수가 겹치는 날은 모두 중양(重陽)이지만
그 가운데 특히
9월 9일을 가리켜 중구(重九)라 부르며
중양절이라는 명절로 지내왔다

 

 

​3.3
삼월 삼짇날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9.9
중양절이 오면
바다건너 따뜻한 강남으로 간다고 한다

 

 

九日閑居 (구일한거)
/ 도연명

余閑居 여한거
나는 한가롭게 살고 있어도

愛重九之名 애중구지명
중양절(重陽節)의 이름을 좋아한다.

秋菊盈園 추국영원
가을 국화는 정원에 가득해도

而持醪靡由 이지료미유
술을 마련할 수 없어

空服九華 공복구화
중양절의 국화를 헛되이 바라보다

寄懷於言 기회의언
가슴의 회포를 시에 부친다.

 

들에 피는 꽃을 들꽃이라 하고
들에 피어있는 국화꽃을 들국화라 하지만
들에 핀 예쁜 꽃 이름 하나 모르는 것은
들꽃이라며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닐런지?
아니면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면 그만일 뿐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일까?

들국화라 얘기하는 꽃들은
쑥부쟁이 벌개미취 그리고 구절초다
하지만
쑥부쟁이 • 벌개미취 • 구절초는
같은 국화과이면서 꽃모양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들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알면
야생화 공부가 끝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꽃의 생김새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쑥부쟁이 이파리는 작은 국화잎,
구절초는 쑥잎,
벌개미취 이파리는 여인의 목을 닮아 길쪽하다

이들 식물은 꽃 모양이 비슷해
이파리를 봐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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