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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옛길 덕성여고 앞의 감고당길이나 겨울날 눈 덮힌 삼청동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길이 유연하게 휘어져 나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누가? 이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의 서울 시내에서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가운데 적지않은 곳이 개천이었다 지금도 그 길 밑으로는 물이 지나가고 있다 물길이다 지금 류가헌갤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진전 은 ‘서울의 물길’에 관한 작업이다 한양도성 안에 있는 내사산(內四山)은 북악산 · 낙산 · 남산 · 인왕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 네 곳의 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낮은 곳으로 흘러 마지막엔 청계천으로 모인다 조선시대에 한양도성 지금 서울 시내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개천이 모두 23개였다 박종우와 이한구 두 사진가는 청계천으로 모이는 23개의 물길 중에서 옛 발자취를 더.. 2020. 12. 6.
K-방역 출근길 서울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비좁고 밀폐된 데다 붐벼 코로나19 전염 위험이 가장 높은 대중교통 차량 안에서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한데, 눈 돌리는 곳마다 붙어있어 외면하기 어려운 협박성 포스터 탓이다. ‘마스크 미착용 시 10만원 과태료 지급’ 같은 경고성 포스터는 차라리 견딜 만하다. 확진자가 치솟자 서울시가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 이라며 제작한 포스터 중 하나는 산소마스크를 끼고 누워있는 환자 사진과 함께 ‘지금 혼자가 되지 않으면 영영 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라며 겁을 준다. 빨간색 코로나바이러스에 폭탄 도화선을 그려 넣고는 ‘코로나19가 모든 걸 멈추기 전에 우리가 먼저 멈춰야 합니다’ 라고 쓴 포스터는 또 어떤가. 정말 긴급하게 모두가.. 2020. 12. 4.
겨울이 오는 소리 가을이 깊어가는 날 아니 어느새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날에 남산에 갔다 남쪽 지방은 이미 단풍은 커녕 잎마저 모두 떨어져 말 그대로 裸木 벌거숭이 나무가 되었지만 서울 쪽은 자동차 매연 덕분인지 매캐한 공해 탓인지는 몰라도 가로수는 아직도 낙엽을 떨구고 있기에 혹시나 하면서 흔히 남산순환로라 불리는 남산둘레길을 갔다 유행이라고 해도 되고 붐이라고 얘기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게 바로 둘레길이다 남산순환로는 북측 순환로와 남측 순환로로 나뉜다 일반시민들이 흔히 가는 곳이 봄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북측 길인데 나 또한 남산길을 걷는다면 으례 북쪽만 갔었기에 단풍도 기대할 겸 처음으로 남쪽 길을 걸어보았다 산 아래의 시내에 비해서 남산은 그나마 공해가 적어서.. 2020. 12. 3.
가을의 끝 가을이 끝나가던 날 예산 향천사를 다녀왔다충정도 예산하면 김정희 추사고택과 산채비빔밥의 수덕사 밖에 모르는 촌스런 서울뜨기에게 이미 늦기는 했지만 가을 풍경이 멋지다고 꽤나 소문난 곳이니 더 늦기전에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말에 무턱대고 따라나선 곳이 이름도 처음 들어본 향천사였다 절이 위치한 곳이 예산읍에서 머지않아 접근하기는 좋았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었기에 내심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않고 일주문에 들어섰다 金烏山 香泉寺 금오산 향천사 ​ 금오 한 쌍이 날아와 지금의 절터를 일러주었기에 금오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글로만 표기하면 우리나라에는 금오산이라 부르는 산이 곳곳에 여럿 있다 경주 금오산은 金鰲山이라 쓰며 금거북이가 편하게 앉아 있는 형상이기에 금오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 그와는 .. 2020. 11. 29.
정릉과 정동 정릉에 다녀왔다아니 정확하게 말하면정릉동에 다녀왔다 덕수궁과 미국대사관 정동교회가 있는 곳은정동이고이성계의 두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정릉이 있는 곳은정릉동이다 태조 이성계는둘째부인 강씨가 세상을 떠나자한양 도성 밖이 아닌성 안궁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금의 정동 영국대사관 부근에능을 만들고정릉이라 했다 그러나계비 신덕왕후 강씨를 못마땅하던태종 이방원은아버지 태조가 돌아가신 후도성안에 능이 있는 것은 불길하다며지금의 정릉동으로 능을 옮겨버렸다 그런 까닭에貞陵 정릉이 있던 곳은 貞洞 정동이 되었고지금 정릉이 있는 곳은 정릉동이 되었다 태종의 저주는 능을 옮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광통교가 홍수에 무너지자 능의 석물 중 병풍석과 난간석을 다리 복구에 사용하였으며신덕왕후를 왕비에서 후궁으로 격하시키면서능.. 2020. 11. 26.
산에 가기 2020년 초 겨울 부터 시작한 코로나 이제는 좀 잠잠해 질 때도 됐건만 죽지도 않고 또 다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뭉치면 망하고 흩어지면 산다는 코로나 방역 별 대책도 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지말고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방역지침에 따라 이리저리 나름대로는 바쁘게 지내던 백수가 중앙박물관 전시 해설도 중단되고 자유로이 다니며 찍던 사진도 눈치가 보이고 글씨를 배우던 서예실까지도 문을 닫는 바람에 오갈데 없는 하릴없는 백수건달이 되어버렸다 맛있고 값이 싸면서 양도 많이 주는 그런 음식점은 거의 없지만 돈이 안들며 빡쎄게 운동하면서 친구들과 어우리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백수의 건강 비법은? ​ 등산! 산에 가기다 어느 날 갑자기 하릴없는 백수가 되어 하루 종일 시간은 넘쳐나는데 딱히 불러주는 .. 2020. 11. 21.
덕수궁 돌담길 백 년도 넘은 고풍스런 건물들이 의젓하고 오래되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가로수들 걷기 좋게 꾸며진 도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평일에는 인근 지역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나가는 길이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안에는 자동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기에 매연 냄새에서도 벗어나 한가롭게 걷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흔히 덕수궁 돌담길로 표현되는 곳은 덕수궁을 끼고 궁 담장 바깥으로 도는 담장 길이지만 천원만 투자하여 돌담길 안쪽 궁궐 담장의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 서울 도심의 멋진 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돌담길 바깥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 공간이라면 돌담길 안은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다 예전의 돌담길은 연인들.. 2020. 11. 19.
고종의 꿈 농업 사회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의식이다 씨를 뿌린 뒤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빌거나, 가을걷이를 한 뒤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지냈다 고대의 제천 행사는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라의 축제로 치러졌다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은 임금이 맡았고 모두가 화려한 옷을 입고 먹고 마시며 즐겼다三國志 魏書 東夷傳 삼국지 위서 동이전 우리 동이족에 대한 문화와 풍습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사료로 평가받는 책이다 진수가 쓴 삼국지에 의하면 한반도에서도 제천 행사가 이루어졌다 시월 상달에 열린 고구려의 동맹(東盟), 십이월에 연 부여의 영고(迎鼓) 동예의 무천(舞天) 등이 바로 그거다 ​ 무천(舞天)이란 말 자체가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는 뜻이다 圜丘壇 환구단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 2020.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