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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서울옛길

by 창밖의 남자 2020. 12. 6.

덕성여고 앞의 감고당길이나
겨울날 눈 덮힌 삼청동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길이 유연하게 휘어져 나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누가?
이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의 서울 시내에서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가운데 적지않은 곳이
개천이었다
지금도 그 길 밑으로는 물이 지나가고 있다
물길이다

지금
류가헌갤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진전
<서울옛길>은
‘서울의 물길’에 관한 작업이다

한양도성 안에 있는 내사산(內四山)은
북악산 · 낙산 · 남산 · 인왕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 네 곳의 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낮은 곳으로 흘러
마지막엔 청계천으로 모인다

조선시대에
한양도성
지금 서울 시내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개천이
모두 23개였다


박종우와 이한구
두 사진가는
청계천으로 모이는 23개의 물길 중에서
옛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을 만한 
10개를 추렸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서 발원한 물이
서촌을 비집고 흘러내리는 옥류동천,

삼청동길을 따라 삼청공원에서부터
종로1가까지 이어지는 삼청동천,

정독도서관에서부터 감고당길을 지나
인사동을 거치는 안국동천 등이다.

여기에 임의로 ‘길’자를 붙였다
옥류동천길, 삼청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 남산동천길, 정릉동천길

 

두 작가는
각각 5개의 길을 맡아
지난해 여름부터 올여름까지 길 위의 사계절을
담았다

지난 7월에는 이 기록들을
한 권의 사진집 『FLOW_서울 옛길』로 묶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겠다’는
서울시 의뢰로 시작한 작업이었기에

그 책은 비매품이다
우리같은 일반인은 살 수가 없다
무슨 심보인지
팔지도 않을 책을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왜 만드는지?

이웃분 얘기대로
서울시에서 원가로 판매한다면
진짜 많이 사볼텐데....

류가헌의 사진전은
비공개 비매품으로 남은
서울 옛길의 정취와 감성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 싶은
두 사진가가
따로 마련한 자리다

두 사람은
촬영을 하는 내내 힘들었다고 한다
급격한 산업화로
옛길의 흔적은 거의 남지 않은
서울의 현재 그 자체가 난감했다고 한다

박종우 작가는,
"동네마다 골목마다
모습이 너무 비슷비슷해요.
특히 옛 물길의 상류는
전부
빌라촌 · 연립주택이라
카메라로 담을 만한 풍경이 없었죠."

이한구 작가는,
"그나마
북촌 가회동에 기와집들이 좀 남았는데
여기도 온통 골목마다 주차 차량이 가득해서
길의 미학을 살리기는 어려웠어요.
아이들은 사라지고
자동차로 꽉 채워진 골목길들을 보면서
‘아,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쓸쓸했고, 
500년 넘은 유럽 도시들의
아름다운 골목 풍경이 다시 보이더군요"

‘종으로 횡으로’라는 별칭을 가진
이한구 사진가는,

산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의 백두대간은 물론
히말라야 고산을 오르내리며
마을 풍경과 사람들의 문화를 담아왔다
또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청계천’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신문사 사진기자 출신인
박종우 작가는,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을 차리고
전 세계 소수민족의 문화를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왔다.
사진집 『히말라야 오딧세이』는
다큐 사진가들의 교본으로 통한단다
89년 한국인 최초로 티베트를 취재했던
그는 
2003년 히말라야 산악 교역로인
'차마고도'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하고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바 있다.
지금도 ‘서울 성곽’을 비롯한 서울의 면면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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