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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겨울이 오는 소리

by 창밖의 남자 2020. 12. 3.

 

 

가을이 깊어가는 날
아니
어느새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날에
남산에 갔다

 

 

남쪽 지방은
이미 단풍은 커녕 잎마저 모두 떨어져
말 그대로 裸木
벌거숭이 나무가 되었지만

 

서울 쪽은
자동차 매연 덕분인지
매캐한 공해 탓인지는 몰라도
가로수는 아직도 낙엽을 떨구고 있기에
혹시나 하면서
흔히 남산순환로라 불리는 남산둘레길을 갔다

 

 

유행이라고 해도 되고
붐이라고 얘기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게
바로 둘레길이다

남산순환로는
북측 순환로와 남측 순환로로 나뉜다
일반시민들이 흔히 가는 곳이
봄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북측 길인데
나 또한
남산길을 걷는다면 으례 북쪽만 갔었기에
단풍도 기대할 겸
처음으로 남쪽 길을 걸어보았다

 

산 아래의 시내에 비해서
남산은 그나마 공해가 적어서 그랬는지
남쪽 길은 이미 쓸쓸한 겨울로 접어들었다
가을의 끝이었다

 


가을을 보겠다는 우리의 희망은
그저 헛된 바램으로 끝나버리긴 했으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늦깍기 단풍나무도 찾아보며
깨끗하게 떨어진 길가의 낙엽도 두리번거렸다

 

 
나무잎만 단풍이더냐
길위의 낙엽도 단풍이라고 여기니
노랗고 빨갛게
길가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점점이 박혀있는게
마치 점묘파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듯이
한 폭의 그림같았다

 

 

 

산책나온 멍멍이도
겹겹이 쌓인 알록달록 낙엽이 신기한 양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걸으면서도 뚫어지게 쳐다보네

 

 

이제는 가버린 가을
갔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오는 겨울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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