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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가을의 끝

by 창밖의 남자 2020. 11. 29.

 

 

가을이 끝나가던 날
예산 향천사를 다녀왔다

충정도 예산하면
김정희 추사고택과
산채비빔밥의 수덕사 밖에 모르는
촌스런 서울뜨기에게

 

이미 늦기는 했지만
가을 풍경이 멋지다고 꽤나 소문난 곳이니
더 늦기전에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말에
무턱대고 따라나선 곳이
이름도 처음 들어본 향천사였다

절이 위치한 곳이
예산읍에서 머지않아 접근하기는 좋았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었기에
내심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않고 일주문에 들어섰다

 

金烏山 香泉寺
금오산 향천사

금오 한 쌍이 날아와
지금의 절터를 일러주었기에
금오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글로만 표기하면
우리나라에는
금오산이라 부르는 산이
곳곳에 여럿 있다

 

경주 금오산은 金鰲山이라 쓰며
금거북이가 편하게 앉아 있는 형상이기에
금오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와는 달리
예산 금오산은
경상도 구미의 금오산과 마찬가지로
烏 까마귀 오
황금빛 까마귀가 나타났다고 해서
金烏山이라 쓴다

 

백제 의자왕때 승려 의각이 창건하였다는
향천사
656년에 지었다는 절의 이야기를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오래된 절이라는 것은 확실한 듯 하다

 

호서가람 천불선원

일주문에 들어서며
금오산 향천사라고 써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호서가람 천불서원 현판이 또 걸려있다
아니
이것 보시게나
그냥그런 절이겠거니 가볍게 여겼는데
만만치않은 공력이 들어가 있음이 느껴졌다

서울에서 내려오며 길가를 보니
유명세를 떨치던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이 휑한 것이 아닌가
서울은 아직 잎들이 그대로인데
겨울이
남쪽에 더 빨리왔네 했다

가로수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기만 해서
사실
가을 단풍은 큰 기대를 하지않고
들어왔는데
중후한 내력을 가진 절 답게
단풍이
그게 아니었다

지난 여름에는
비가 워낙 많이도 내렸기에
올 단풍은
그다지 예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이 아닌 극락전에서 아미타불을 뵙고
옆을 바라보니
아! 별천지였다
말이 필요 없었다
아는 사람은 아는 비경
향천사의 가을 단풍이 바로 그랬다

 

금오산 향천사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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