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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정릉과 정동

by 창밖의 남자 2020. 11. 26.

 

 

정릉에 다녀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릉동에 다녀왔다

 

 

덕수궁과 미국대사관 정동교회가 있는 곳은

정동이고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

정릉이 있는 곳은

정릉동이다

 

 

태조 이성계는

둘째부인 강씨가 세상을 떠나자

한양 도성 밖이 아닌

성 안

궁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금의 정동 영국대사관 부근에

능을 만들고

정릉이라 했다

 

 

 

그러나

계비 신덕왕후 강씨를 못마땅하던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가 돌아가신 후

도성안에 능이 있는 것은 불길하다며

지금의 정릉동으로 능을 옮겨버렸다

 

 

그런 까닭에

貞陵 정릉이 있던 곳은 貞洞 정동이 되었고

지금 정릉이 있는 곳은 정릉동이 되었다

 

 

태종의 저주는

능을 옮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광통교가 홍수에 무너지자

능의 석물 중

병풍석과 난간석을 다리 복구에 사용하였으며

신덕왕후를 왕비에서 후궁으로 격하시키면서

능은 묘로 떨어져 일반 무덤과 비슷해졌다

그후 현종 때에

송시열의 상소에 의해

신덕왕후는 왕비로 복위되었고

무덤도 왕후의 능으로 복원되었다.

 

 

원래 능이 있었던 곳

정동은

서울 시내 중심가 중에서도 한복판에 있는

노른자 땅으로

일반인 집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미국공사관 영국공사관 구 러시아공사관들이

덕수궁을 에워싸고 있던 동네로

지금도

하비브하우스라고 하는 미국대사관저를 비롯

영국과 러시아대사관 뿐만아니라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대사관 등이 있으며

예전에는 경기여고와 배재고가 있었고

지금은 이화여고와 창덕여중 덕수초등학교 등

주한 외교공관과 학교시설들로 꽉찬 곳이다

 

 

그것 뿐이 아니다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이화여고 쪽으로 방향을 틀면 나타나는

조그만 교회당

그 건물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건물인

정동교회(정동제일교회)

그 예배당은

당연하게도 정동에 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러한 정동과는 달리

정릉동은

한양 도성의 북쪽

城北

성북구에 있다

 

 

서울에서 수십년간 살았다고 해도

처음 가 본 정릉동

북한산 자락으로 흘러내리는 정릉천을 따라

낡고 허름한 집들이

좁디좁은 골목사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마치 달동네에 와있는 듯 했다

 

 

음? 정릉은

철거민들이 이주하며 만든 달동네가 아닌데

딱 그런 분위기구만...

동네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겠네

 

 

이제는 재개발을 한다고 해서

이리저리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있는

집들 대부분이 비어있는 탓에

인적도 드문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정능에

동을 붙여 정릉동이라 하듯이

서울의 동 이름은 모두 oo동으로 끝나지만

미아리 청량리 왕십리 같은 지명도 있고

경기도의 조치원 퇴계원 처럼

이태원이라는 원이 붙은 명칭들이 있는 곳이

서울이다

 

 

우리는 흔히 전국 방방곡곡이라는 말을 한다

全國 坊坊曲曲

전국은

온 나라, 나라 전체를

방방곡곡은

한 군데도 빠짐이 없는 모든 마을을 뜻하는데

방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방방곡곡에서

방坊은 일반적인 마을을 가리키고

곡曲은 계곡이나 굽이굽이 돌아가는 마을로서

조선시대에 있던 행정 단위의 명칭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양 도성인 한성부의 행정 체제를 부(部)→방(坊)→계(契)/ 동(洞)→통(統)으로 편성하였다

 

 

《부》는

지금의 《구》와 비슷한 개념으로

한양 도성을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등 5부로 나누고

그 밑으로는 52 방으로

그 밑으로는 동과 계

그 밑으로는 통으로 조직하였다

 

 

머지않아 재개발이 되고나면

북한산 자락은

높다란 아파트의 숲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정릉동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과거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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