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06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시인 김형영은 자신의 시집 에서, ​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과의 교감 그리고 가끔 거기서 얻은 감동을 시로 꽃피우는 즐거움, 그 은총이야 말해 무엇하리.... 라고 말했다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헛것을 따라다니다」진달래 꽃눈 맞추며 산에 오르다 둘러보니 봄날이.. 2021. 3. 25.
익선동 지하철 1호선과 3호선 그리고 5호선을 타고 종로3가 역에서 내리면 익선동이다익선동 益善洞익선동 하면 예전에 kbs 9시뉴스가 한창 잘 나갈 때 날씨 예보를 했던 이익선 기상캐스터가 생각나기도 하고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다다익선이다 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니? ​ 무소유를 얘기하면서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면서 욕심껏 가지려는게 우리네 심정인지도 모르겠다익선동의 益은 ‘더하다’나 ‘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익 益자는 皿(그릇 명)과 水(물 수)가 결합한 모습이다지금은 益 자에서 水 자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갑골문에 나온 益자를 보면 皿자 위로 水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물이 넘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益자의 본래 의미도 ‘(물이)넘치다’였다 ​ 그러나 넘치는 것은 풍부함을 .. 2021. 3. 23.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뉴스를 볼 때마다 말같지 않은 막말을 듣고 있자니 너무나 창피해서 못살겠다 저런 소리를 듣고도 헤~~하니 미소만 짓는 대한민국의 최고 책임자는 뭐하는 사람인지?북한의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에서 ​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 ​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태생적인 바보, 떼떼, 철면피, 겁을 먹은 개, 꼴불견, 미친 개, 잡쓰레기 정신병적인 광태 바보, 특등머저리, 삶은 소대가리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태생적인 바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늘 좌고우면하면서 살다보니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가…. ​ ● 떼떼 : 말을 더듬는 바보 라는 뜻으로, 1980년대 북한이 한국군을 비난하기 위해 제작 · .. 2021. 3. 18.
백년식당 비빔밥 우리 옛 말에 까불면 국물도 없다는 얘기가 있고 국물없이는 밥을 못먹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 그 말은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가 국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우리 음식에는 끓이는 게 유난히 많은데 아는체 하며 어렵게 얘기한다면 湯 탕은 국물 위주의 국이고, 羹 갱은 국물이 적은 국이라 하였으니 ​ 쉽게 말하면 국물이 많은 것은 국이라 해서 미역국, 소고기무국, 콩나물국, 토란국이 있고 국물이 적은 것은 찌개라 부르며 많이 찾으면서도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두부찌개 등등 탕은 국이고 갱은 찌개라고 할 수 있다학자들이 그렇게 얘기한다지만 곰탕 설렁탕 내장탕 매운탕 보신탕 등은 국물을 가득 담아 밥을 말아먹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이라고 부르기에는.. 2021. 3. 14.
절에 들어가면 仁王霽色圖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삼청동 · 청운동 · 궁정동 쪽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인왕산 바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仁王山 인왕산은 시내 서쪽에 있는 그냥 그런 산으로 보이지만 조선이 건국되고 경복궁을 중심으로 도성을 세울 때, 주산(主山)을 북악산으로 하고 안산(案山)은 앞의 남산으로 좌 청룡(靑龍)은 동쪽의 낙산으로, 우 백호(白虎)는 서쪽의 인왕산으로 정했던 조선 왕조의 명산이다 ​ 조선시대에는 왕실을 수호하려는 뜻에서 세종 때 서쪽에 있는 산 西山, 서산에서 인왕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仁王 인왕이 뭐길래? 어질고 인자한 임금인가 어느 나라에 살았던 임금님인가?경주 석굴암에 가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신 방의 입구 좌우에 험상궂게 생긴 두 분의 상이 있다 인왕상, .. 2021. 3. 12.
백화점을 가다 여의도에 가보았다 집이 있는 송파에서는 적지않게 먼 거리임에도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맛있는 것 사주겠노라 집사람을 꼬드겨 백화점이라는 간판도 걸지 않은 이상한 백화점 《더 현대 서울》이라는 곳을 갔다百貨店 백화점 Department store 백 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수 많은 상품을 갖추고 파는 커다란 가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기에 두 가지가 보태어 말하기도 한다 ​ 백화점은 고급이라는 이미지와 시장보다 값이 비싸다는게 일반적인 통념이다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시내 중심가에 나가면 종각 맞은 편에 마주보고 서있었던 두 건물, 화신백화점과 신신백화점이 있었고 명동 입구에 위치한 교통 요지인 탓인지 여자 버스차장들이 미도파가요! 미도파! 하며 소리 높혀 외쳤던 미도파백화점이 있었다 그리고 .. 2021. 3. 9.
신흥시장 용산동1가와 용산동2가에 걸쳐 있는 동네 사람들은 그 곳을 해방촌이라 부른다어디를 가나 어느 동네를 가던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는 장이 선다 해방촌에도 있다 신흥시장이다新興 새로이 훨훨 일어난다는 신흥 이북에서 내려온 월남인들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새로 번창하는 땅이라는 뜻으로 지었다는 그런 설도 있지만 뭐라 부르던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신흥시장은 해방촌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대부분 공급했다 이름 탓인지 시장은 번창하고 사람들은 몰려들어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해방촌 사람들을 먹여살리던 조그만 업체들, 스웨터 등을 생산하는 이른바 요꼬 공장들이 교외로 이주하자 동네 인구가 급감하고 주거환경이 나빠졌다 시장 역시 주변에 생긴 편의점과 마트에 밀려 그냥 맥없이 죽어버렸다한 때는 해방촌의 상징으.. 2021. 3. 7.
모이지말라니까 코로나19로 설날 명절의 풍경이 바뀌었다 정부가 5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집에 부모님이 있는 집에서 형제와 자매,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여러 손자들이 모두 모여서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며 북적이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제자 이상적에 세한도를 그려준 추사 김정희는 1840년부터 1848년까지 9년간이나 제주도로 유배되었고 헌종 말년에 귀양이 풀려 돌아왔으나 1851년 친구 영의정 권돈인 사건에 연루되어 또다시 함경도 북청으로 유배되었다가 2년 만에 풀려 돌아왔다김정희는 귀양살이에서 서울로 돌아온 1852년부터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과천 청계산 자락에 있는 과지초당과 봉은사를 오가며 생애의 마지막을 보냈다봉은사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추사가 만.. 2021.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