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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신흥시장

by 창밖의 남자 2021. 3. 7.

용산동1가와 용산동2가에 걸쳐 있는
동네
사람들은 그 곳을 해방촌이라 부른다

어디를 가나 어느 동네를 가던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는 장이 선다
해방촌에도 있다
신흥시장이다

新興
새로이 훨훨 일어난다는 신흥
이북에서 내려온 월남인들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새로 번창하는 땅이라는 뜻으로 지었다는
그런 설도 있지만
뭐라 부르던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흥시장은
해방촌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대부분 공급했다
이름 탓인지
시장은 번창하고 사람들은 몰려들어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해방촌 사람들을 먹여살리던 조그만 업체들,
스웨터 등을 생산하는 이른바 요꼬 공장들이
교외로 이주하자
동네 인구가 급감하고 주거환경이 나빠졌다
시장 역시
주변에 생긴 편의점과 마트에 밀려
그냥 맥없이 죽어버렸다

한 때는 해방촌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
신흥시장이지만
경기는 죽고 사람들은 떠나고 폐가들만 남은
완전히 죽어버린 시장이
신흥시장이었다

복고풍이라고 해야하나
레트로 열풍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의 창업바람 때문인지
싼 임대료에 힘입어
요즘엔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새로운 시장으로 바뀌어 가는 곳이
신흥시장이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마치 귀신이 나올 듯한 TV세트장 같은
괴괴한 분위기의 으시시한 느낌마저 들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기존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말끔이 걷어내고
개성 넘치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난다고
뉴스에서 보도하고 있기에
다시 한 번 찾아갔다

신흥이라는 이름 그대로
얼마나 말끔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누구나 즐겨찾는 예쁜 시장이 되었을까
그런 궁금증이 더해지기도 했다

오랫만에 시장을 다시 가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공동화장실이었다
아마 그 때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과연 화장실 선진국답게 비교적 깨끗했다

이삼년 전에 비해
카페를 비롯해 이런저런 상점들이 늘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침체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덕분에
횟집 등의 식당에는 제법 사람들이 붐볐다

서울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꼽혔던 해방촌,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바뀌고 있다는데
아직은
서울시에서 홍보하는 정도 만큼은 아닌 듯 하다

해방촌오거리, 신흥시장, 보성여중·고를 잇는
거리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지만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카페 등이 있다고해서
《 명소 》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
누구나 찾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보이지않는게 조금은 답답하다

현재 진행형인 신흥시장의 탈바꿈이
보다 확실하게 성과가 나타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단순한 유흥거리로 흐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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