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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

백화점을 가다

by 창밖의 남자 2021. 3. 9.

여의도에 가보았다
집이 있는 송파에서는 적지않게 먼 거리임에도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맛있는 것 사주겠노라 집사람을 꼬드겨
백화점이라는 간판도 걸지 않은 이상한 백화점
《더 현대 서울》이라는 곳을 갔다

百貨店
백화점
Department store
백 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

수 많은 상품을 갖추고 파는 커다란 가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기에 두 가지가 보태어 말하기도 한다

백화점은
고급이라는 이미지와
시장보다 값이 비싸다는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시내 중심가에 나가면
종각 맞은 편에 마주보고 서있었던 두 건물,
화신백화점과 신신백화점이 있었고
명동 입구에 위치한 교통 요지인 탓인지
여자 버스차장들이 미도파가요! 미도파! 하며
소리 높혀 외쳤던 미도파백화점이 있었다
그리고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신세계백화점은
아직까지도 굳세게 건재하고 있다

백화점하면 1931년
박흥식이 설립한 화신백화점을 떠올리지만
우리 민족이 경영한 최초 백화점이라는 것일 뿐
역사로 본다면
미츠코시 경성점으로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이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고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
어머니는 미츠꼬시라 부른 기억이 아직도 난다

대학생 때 명동에 나가보면
화려한 롯데백화점과 스러져가는 미도파가
백화점의 신구 자리바꿈을 보여주었고
명동 초입에는 대중적 코스모스백화점이
더 들어가면 정명훈 정경화 부모님 소유라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별거없이 조그만
미즈백화점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동안 소리도 없이 사라져버린
백화점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 년에 한 번도 갈까말까한 백화점을
그것도 집 앞에 있는 123층의 롯데를 두고
굳이 저 멀리 여의도까지 간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궁금했다

흔히 백화점 운영에는 금기사항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그런 잡념을 없애고 쇼핑에 집중시키기 위해 시계가 없고 창문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는 그런 금기를 깼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릴없는 백수의 쓸데없는 오지랍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현대에 가서보니,
자연 담은 미래 백화점이라는 컨셉을 담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면적을 확 줄이는 대신
실내 조경과 고객 휴식공간을 넓혔다고 하더니
진짜로 지나칠 정도로 넓었고
백화점은 창문이 없다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높은 천장을 통해 햇볕이 들어오기는 했다

과연!
지금까지 보아왔던 백화점들과는 전혀 다르게
넓은 공간감이 쓱하니 다가왔다

양 옆으로 어깨를 맞대고 줄줄이 붙어있던
매장들이 저만치 자리잡고
마치 넓은 산책길을 걸어가는 듯한 쾌적함으로
아! 백화점이 진보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자선활동 무대도 아니고
어떻게하면 소비자가 물건을 많이 사게 할까
고도로 계산된 판매 전략을 세운 곳이
바로
백화점이다

같이 간 집사람의 방문 총평을 듣자하니,
기존의 백화점들이 워낙 잘 만들었기에
하늘아래 그다지 새롭고 볼 것은 없다
당신의 호기심 때문에 덩달아
구경거리 차원에서 왔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이곳에
왜 이리도 젊은 커플들이 많지?
많아도 이렇게나 많다니
더구나 우리만큼 나이 든 사람을 볼 수가 없네

유명 와플과 핫한 커피를 나눠 먹으며
할 일 없는 우리 부부가 분석?한 바로는
바로
브랜드였다
누구나 열광하는 명품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특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가득했고
지하 전체에 넓게 만들어 놓은 먹거리 장도
인터넷과 sns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른바 핫한 아이텀과 가게들이었다

백화점에 왜 오느냐?
물건을 사러 사치품을 구입하러 오는 건
옛 말이 되었다

유행을 알고자
오늘의 트렌드를 파악하러
맛난 음식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러
최근의 핫한 아이템을 한 번에 만날 수 있기에
그들은 백화점을 가고
쇼핑몰을 간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우리보다 나이 든 사람은 없나? 하며
우리 내외가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아무리 새로 개장하고
대대적 홍보를 하여 오픈했다고 해도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삼일절 연휴가 끝난 평일임에도
코로나가 아직도 무섭다고 하는데도
미어터지게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을 타고 오며
우리는 얘기했다

이제는
백화점도 나이 든 사람이 갈 곳은 아니네
살 것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돌아다녀봐야 다리만 아프고
이렇다하게 먹고 싶은 것은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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