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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모이지말라니까

by 창밖의 남자 2021. 3. 6.

코로나19로
설날 명절의 풍경이 바뀌었다
정부가 5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집에
부모님이 있는 집에서
형제와 자매,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여러 손자들이 모두 모여서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며 북적이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제자 이상적에 세한도를 그려준
추사 김정희는
1840년부터 1848년까지 9년간이나
제주도로 유배되었고
헌종 말년에 귀양이 풀려 돌아왔으나
1851년 친구 영의정 권돈인 사건에 연루되어
또다시 함경도 북청으로 유배되었다가
2년 만에 풀려 돌아왔다

김정희는
귀양살이에서 서울로 돌아온 1852년부터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과천 청계산 자락에 있는
과지초당과 봉은사를 오가며
생애의 마지막을 보냈다

봉은사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추사가 만년에 쓴 《板殿 판전》으로
죽기 사흘 전에 쓴 글씨다

평자들은,
그가 말년에 이르러
예술적 경지가 익어갈수록 단순해 졌고,
그 단순함 속에 대교약졸의
미학적 비밀이 들어있다고 얘기한다

大直若屈 대직약굴
아주 바른 것은 굽은 듯하고,
大巧若拙 대교약졸
기교가 뛰어난 것은 서툰 듯하며,
大辯若訥 대변약눌
뛰어난 언변은 어눌한 듯하다

老子의 도덕경道德經 45장에 나오는 말이다

판전과 함께
추사의 대표작으로 꼽는
《대팽두부》도 같은 해에 썼다

大烹豆腐瓜薑菜
대팽두부과강채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나물이다

高會夫妻兒女孫
고회부처아녀손
가장 멋진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그리고
손자들과의 만남이다

추사가 귀양지인 제주도에서
부인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보면
보내준 음식이 상했다, 다시 보내라며
귀찮을 정도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민어, 석어, 어란, 잣, 호도, 곶감, 쇠고기,
새우젓, 조기젓, 김치, 약식, 장볶이, 겨자 등등
제주도에 없거나 귀한 음식을 먹었다는게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다

이렇듯 명문가의 종손으로 태어나 살며
호의호식에 젖어 살던
추사가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라
최고의 음식은 두부...라고 하니
밝고 크게 깨우친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대팽두부는
대가의 간명하고 고졸한 깨달음이 꾸밈없이
표현된 불후의 명품이다

추사 연구의 선구자였던 일본인 학자
후지츠카 지카시가 평생 모은 추사 관련 자료를
그의 아들 아키나오가 과천시 기증하였다

여기에는 추사의 친필 자료 20여점과
청나라 학자들과 주고받았던 서화 46점,
서적 등 2천7백여 점이 들어있다

후지즈카 지카시는
1926년 경성제대 중국철학 교수로
한국에 온 후 수많은 자료를 수집했는데
그 중에는 추사의 대표작인 《세한도》가 있었다

1943년 서예가 손재형이
원하는 대로 다 드릴 터이니 세한도를
돌려달라고 했으나
후지즈카는 고개를 저었고 이듬해에
추사 관련 자료를 모두 들고 동경으로 가버렸다

일본까지 쫒아간 손재형은
세한도를 넘겨달라며 두 달 동안 매일
후지즈카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
이에 후지즈카는 그해 12월
세한도를 간직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손재형 이라며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세한도를 내주었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歳寒然後 知松柏之後凋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뒤늦게 시듦을 안다

신세가 처량해진 후에야
정말로 좋은 사람을 알 수 있게 된다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吳宗潛)이 지은
중추가연 中秋家宴 에서 유래한
大烹豆腐瓜薑菜 대팽두부과강채
高會夫妻兒女孫 고회부처아녀손

아무리 좋은 음식으로 대접을 받아도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속이 편한게 없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 못하다

소확행이라고나 할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아들딸이라도 5명이 모이면 안되고
어기면
과태료를 10만원이나 부과한다는 나라
참.....
그저 책상머리에 붙어서
어떻게 하면 세금이나 많이 걷고
이것저것 하지말라는 법이나 만들어대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주사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건,
맞으라는 건지 맞지말라는 건지
맞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건지
무슨 xx같은 소리가 나오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뭐하러 만든 자리인지
대통령은 그런 인간은 뭐하러 앉혀놓았는지....

입춘은 벌써 지났고 설도 지나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왔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이제 개구리들도
5마리가 모여서 울어대면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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