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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

절에 들어가면

by 창밖의 남자 2021. 3. 12.

정선, 인왕제색도 국보216호 /삼성미술관 리움

仁王霽色圖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삼청동 · 청운동 · 궁정동 쪽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인왕산 바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仁王山
인왕산은
시내 서쪽에 있는 그냥 그런 산으로 보이지만
조선이 건국되고 
경복궁을 중심으로 도성을 세울 때, 
주산(主山)을 북악산으로 하고
안산(案山)은 앞의 남산으로
좌 청룡(靑龍)은 동쪽의 낙산으로, 
우 백호(白虎)는 서쪽의 인왕산으로 정했던
조선 왕조의 명산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을 수호하려는 뜻에서
세종 때
서쪽에 있는 산 西山,
서산에서 인왕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仁王
인왕이 뭐길래?
어질고 인자한 임금인가
어느 나라에 살았던 임금님인가?

인왕상 좌측이 아형 금강역사, 우측이 흠형 금강역사

경주 석굴암에 가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신 방의 입구 좌우에
험상궂게 생긴 두 분의 상이 있다

인왕상,
금강역사다
뭐하는 사람들인가
귀신 같기도 하고 싸움꾼 같기도 하다

인왕상 좌측의 아형 금강역사

仁王
인왕은
절에 가면
사찰의 문 양쪽을 지키는 수문신장으로
금강역사(金剛力士)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왕상 우측의 흠형 금강역사
월정사 금강문

금강역사란 금강저를 손에 쥔 자라는 뜻이며
금강저는 지혜의 무기이며
번뇌를 부수는 보리심의 상징이다

금강저

저(杵)는 인도의 고대 무기 가운데 하나로서,
제석천이 아수라와 싸울 때 코끼리를 타고
금강저를 무기로 삼아 아수라의 무리를 쳐부순다고 한 신화에서 그 신비한 힘이 유래되었다

뒤에 밀교에서 적을 쳐부수는 의미로
이 무기를 불구로 채용하여 여러 존상의 지물(持物)로서,
또는 수행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사찰이나 불상 · 불사리를 지키는 수문장으로
절의 문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불전의 입구, 불상의 좌우, 탑의 문 등에 조각이나 그림으로도 흔히 등장하고 있다

법당 쪽을 바라볼 때 대개
오른쪽이 나라연금강, 
왼쪽이 밀적금강이라고 하는데
절에 따라
좌우가 바뀌기도 하고
모습을 다르게 그린 경우도 많다

密跡金剛
밀적은 자취를 드러내지 않음이고,
那羅延金剛
나라연은 힘이 몹시 세다는 의미이다

두 분 모두 원래 인도에서
신으로 받들어 모셔지던 존재였는데
석가모니 부처님 말씀에 감동해
부처님의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상체를 벗고
손에는 금강저를 들고서
아주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불법을 훼방하는 삿된 세력을 경계하면서
절에 계시는 불보살님의 세계를 옹호하고
절에 들어서는 대중, 신도를 보호한다고 한다

나라연금강은
코끼리 백만 마리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있어
<아금강역사>라고 한다

밀적금강은
비밀스런 부처님의 행적을 듣고서
원을 세웠기 때문에 밀적이라고 하는데,
《 훔 》하고
입을 다물고 있어
<훔금강역사>라고도 한다

《 아 》는 범어의 첫 글자로서
우주가 열리는 소리를 의미하며
《 흠 》은 범어의 마지막 글자로서
우주가 닫히는 소리를 뜻하기에
금강역사의 입은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영원과 통일을 상징한다

밀적금강과 나라연금강 구글 이미지자료

<아>와 <훔>을 합치면,
우주만물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상징하는 진언,
《 옴 》이라는 소리가 된다고 하며
모든 진언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신성한
음절이 된다고 한다

tv드라마에서 궁예 역으로 나온 김영철이
《 옴 마니 반메 훔 》을 외치며
관심법으로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성당에 가면 예수님도 있지만
성모 마리아상도 있고 성 요셉상도 있다
신자이냐 아니냐 믿느냐 아니냐를 떠나
기독교가 주류가 된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일반인이라면 어느정도 알아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

교회를 나가고 성당에 다니고 있기에
박물관에 가거나 절에 가면 흔히 만나게 되는
부처님을
우상이라고 배척하고
산사에서 접하는 불교 문화를 애써 무시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종교적 독선이며
그 사람의 사회적 무지이며
그 사람의 문화적 사대주의라고 여겨진다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

이천년 가까이 불교를 믿어온 나라이기에
우리의 생활 곳곳에 뿌리깊게 배어들어 있는
불교의 이런저런 상징과 이야기는
종교가 아닌
우리의 전통이고 우리의 문화이고
우리의 자랑스런 유산이며 보배덩어리다

절에서 만나는 불교의 여러 상징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
산사를 찾는 재미와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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