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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30

서울옛길 덕성여고 앞의 감고당길이나 겨울날 눈 덮힌 삼청동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길이 유연하게 휘어져 나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누가? 이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의 서울 시내에서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가운데 적지않은 곳이 개천이었다 지금도 그 길 밑으로는 물이 지나가고 있다 물길이다 지금 류가헌갤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진전 은 ‘서울의 물길’에 관한 작업이다 한양도성 안에 있는 내사산(內四山)은 북악산 · 낙산 · 남산 · 인왕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 네 곳의 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낮은 곳으로 흘러 마지막엔 청계천으로 모인다 조선시대에 한양도성 지금 서울 시내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개천이 모두 23개였다 박종우와 이한구 두 사진가는 청계천으로 모이는 23개의 물길 중에서 옛 발자취를 더.. 2020. 12. 6.
겨울이 오는 소리 가을이 깊어가는 날 아니 어느새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날에 남산에 갔다 남쪽 지방은 이미 단풍은 커녕 잎마저 모두 떨어져 말 그대로 裸木 벌거숭이 나무가 되었지만 서울 쪽은 자동차 매연 덕분인지 매캐한 공해 탓인지는 몰라도 가로수는 아직도 낙엽을 떨구고 있기에 혹시나 하면서 흔히 남산순환로라 불리는 남산둘레길을 갔다 유행이라고 해도 되고 붐이라고 얘기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게 바로 둘레길이다 남산순환로는 북측 순환로와 남측 순환로로 나뉜다 일반시민들이 흔히 가는 곳이 봄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북측 길인데 나 또한 남산길을 걷는다면 으례 북쪽만 갔었기에 단풍도 기대할 겸 처음으로 남쪽 길을 걸어보았다 산 아래의 시내에 비해서 남산은 그나마 공해가 적어서.. 2020. 12. 3.
정릉과 정동 정릉에 다녀왔다아니 정확하게 말하면정릉동에 다녀왔다 덕수궁과 미국대사관 정동교회가 있는 곳은정동이고이성계의 두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정릉이 있는 곳은정릉동이다 태조 이성계는둘째부인 강씨가 세상을 떠나자한양 도성 밖이 아닌성 안궁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금의 정동 영국대사관 부근에능을 만들고정릉이라 했다 그러나계비 신덕왕후 강씨를 못마땅하던태종 이방원은아버지 태조가 돌아가신 후도성안에 능이 있는 것은 불길하다며지금의 정릉동으로 능을 옮겨버렸다 그런 까닭에貞陵 정릉이 있던 곳은 貞洞 정동이 되었고지금 정릉이 있는 곳은 정릉동이 되었다 태종의 저주는 능을 옮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광통교가 홍수에 무너지자 능의 석물 중 병풍석과 난간석을 다리 복구에 사용하였으며신덕왕후를 왕비에서 후궁으로 격하시키면서능.. 2020. 11. 26.
산에 가기 2020년 초 겨울 부터 시작한 코로나 이제는 좀 잠잠해 질 때도 됐건만 죽지도 않고 또 다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뭉치면 망하고 흩어지면 산다는 코로나 방역 별 대책도 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지말고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방역지침에 따라 이리저리 나름대로는 바쁘게 지내던 백수가 중앙박물관 전시 해설도 중단되고 자유로이 다니며 찍던 사진도 눈치가 보이고 글씨를 배우던 서예실까지도 문을 닫는 바람에 오갈데 없는 하릴없는 백수건달이 되어버렸다 맛있고 값이 싸면서 양도 많이 주는 그런 음식점은 거의 없지만 돈이 안들며 빡쎄게 운동하면서 친구들과 어우리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백수의 건강 비법은? ​ 등산! 산에 가기다 어느 날 갑자기 하릴없는 백수가 되어 하루 종일 시간은 넘쳐나는데 딱히 불러주는 .. 2020. 11. 21.
덕수궁 돌담길 백 년도 넘은 고풍스런 건물들이 의젓하고 오래되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가로수들 걷기 좋게 꾸며진 도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평일에는 인근 지역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나가는 길이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안에는 자동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기에 매연 냄새에서도 벗어나 한가롭게 걷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흔히 덕수궁 돌담길로 표현되는 곳은 덕수궁을 끼고 궁 담장 바깥으로 도는 담장 길이지만 천원만 투자하여 돌담길 안쪽 궁궐 담장의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 서울 도심의 멋진 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돌담길 바깥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 공간이라면 돌담길 안은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다 예전의 돌담길은 연인들.. 2020. 11. 19.
세느강과 미라보 다리 중학교 때 학교 앞으로 조그만 개천이 흘렀다 이름하여 세느강 우리들은 그렇게 불렀다지금은 중앙대학교의 단과대에 속해 있지만 당시에는 하나의 독립된 학교였던 서라벌예술대학이 중고등학교와 같이 있었다 명색이 예술을 전공한다는 대학생들이기에 이름도 그렇게 멋진 세느강이라 붙였다고 여겼는데 서울대 문리대 앞 개천도 그렇게 불렀다고하니 아마 그 당시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 대한 동경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느강, 프랑스의 낭만이 가득 담긴 멋진 별명이지만 실제로는 쓰레기들이 쌓여있고 시꺼먼 하수물이 흐르고 악취가 코를 찌르는 더러운 구정물이었다 그때는 서울 시내를 흐르는 개천들이 다 그랬다교문 바로 앞으로는 다리가 놓여있지 않았다 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그 유명한 미아리텍사스촌을 따라 흐르는 개천에는 .. 2020. 11. 2.
낙이망우 樂而忘憂 망우(忘憂)는 조선 태조 임금 이성계가 지금의 동구릉에 장지를 정하고 난 후 망우고개 위에 앉아 "이제야 근심을 잊겠노라"고 하여 이름지어 졌다고 한다 망우리공원은 중랑구 망우산 일대에 조성된 묘지공원으로 한용운, 오세창, 서동일 등 독립운동가들과 방정환, 이중섭. 박인환 등 유명 인사들의 묘가 있다 망우리공동묘지! 그 후 일제 강점기 때인 1933년부터 지난 1973년 까지 40년간 서울의 시립 공동묘지였으나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 묘지가 폐장이 된지 5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망우리공원으로 불리운다 이승에서의 고통일랑 모두 잊어버리고 저 건너 세상에서는 편하게 지내라며 망우리가 되었다 이곳은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우리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생생한 박물관이자, 삶과 죽음의 사이 고인과 나 사이의 사잇.. 2020. 10. 29.
관악산에서 가을에 산을 간다 봄꽃도 예쁘고 아름답지만 노랑빨강 물들이는 단풍과는 비교가 안된다 ​ 산에는 육산도 있고 골산도 있지만 바위가 많고 험준하여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을 특히 악산이라 부르는데 울퉁불퉁한 돌 위를 걷기에도 악조건이어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악산을 오르면 《악》소리가 난다는 진담같은 말이 생겼나보다 山자는 뫼나 산, 무덤 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岳자는 산 뒤에 언덕을 그린 것으로 山(뫼 산)과 丘(언덕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산세가 가파르고 높은 《큰 산》을 뜻한다 예전에는 관악이라 불렀던 관악산 악도 산이기에 관악이 아닌 관악산이라며 산을 붙이는건 마치 역전 /역 앞을 역전 앞이라 일요일을 일요일날, 족을 족발이라 부르는.. 202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