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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43

병원에 가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지말아야 할 곳이 세 군데 있다 바로 재판소와 경찰서 그리고 병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듣거나 법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스레 살아간다면 경찰서에 끌려갈 일도 없을테고 법원에 가서 재판받을 일은 생기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병원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본인은 병에 걸리지도 아프지도 않는다해도 부모와 자식이 아프면 보호자로서 있어야하고 형제 친지 등이 아프면 문병을 가야만 하는 싫어도 싫다해도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게 우리네 삶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광고 문구로 유명해진 말이기는 하지만 복날 개끌려가듯이 인상쓰며 가지않고 병원에 간다면 병원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병원이 주는 기쁨을 맘껏 누리면 되지 않을까? 병원이 주는 혜택은 건강에 대한 정보이지만 병원이 주는 기쁨.. 2020. 7. 6.
제갈공명과 마눌님 일찌기 공명 제갈량이 조조의 백만대군을 앞에 두고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부르는 호풍호우의 재주로 적벽대전을 이끌었음은 어릴 때부터 읽었던 삼국지를 통해 알고는 있었다 제주도에 사진 찍으러 간다고 하니, 집사람이 "비가 오고 거센 바람이 불터이니 6월말은 아니되오 날을 다시 잡아 갔다 오시구랴" 하면서 은근히 말리는 기색이었다. '올 들어 가뭄이 창궐하니 비는 무슨 비, 더구나 마른 장마라고도 하고 지금껏 수차례 제주를 갔어도 비 한방울 구경 한 적 없고, 3박 4일 공치기도 탈없이 쳤노라' 큰소리 땅땅치면서 제주에 온 지 겨우 이튿날 성산일출봉을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구름안개가 앞을 가려 사방은 온통 회색빛 세상이구나 가져간 최신 장비는 꺼낼 엄두도 못내고 오며가며 스마트폰으로 .. 2020. 7. 3.
커피 한 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 구려 8분이 지나고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난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 구려 불덩이 같은 이 가슴 엽차 한잔을 시켜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 구려 아 그대여 왜 안 오시나 아 사람아 오 오 기다려요 《커피 한 잔》 노래 펄 시스터즈 작사 신중현 작곡 신중현 차를 마시는 곳 茶房 다방과 찻집 그리고 cafe 카페 다방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1번 레지, 2번 반숙 계란, 3번 쌍화차....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어린 풍경은,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새까만 쌍화차였다. 70년대 대학가 앞에는 음악 다방이 있었다. DJ가 틀어주는 신청곡을 듣고 DJ가 읽어주는 신청자.. 2020. 6. 28.
망우리에서 樂而忘憂 낙이망우 즐거이 깨달음을 얻어 근심을 잊는다 망우(忘憂)라는 명칭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에 장지를 정하고 난 후 지금의 망우고개에서 "이제야 근심을 잊겠노라"고 하여 이름지어 졌다고 한다. 그 후 일제 때인 1933년 부터 1973년 까지 40년간 시립 공동묘지로, 서울사람들의 북망산이 되면서 이승에서의 고통일랑 모두 잊고 저승에서나마 편하게 지내라는 망우리가 되었다. 묘지가 폐장이 된지 5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망우리공원으로 불리운다.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우리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생생한 박물관이자, 삶과 죽음의 사이, 고인과 나 사이의 사잇길을 걸어가며 즐거이 깨달음을 얻어 근심을 잊는 인문학 공원이 되었다.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이제는 더없이 중요한 역사 공간이 된 망우리공원을.. 2020. 6. 23.
원로가 보이는 극장 우리 사회가 워낙 급하고 급하게 빠르고 빨리 변하다 보니, 무조건 새 것만 좋다고 하고, 옛 것은 낡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대세가 되었다. 노령사회,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지만 노인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못하는 사람, 쓸모가 없는 뒷방 늙은이라 비하하며 어른이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이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를 게 없고, 여기와 저기가 차이나지 않는다. 원로 元老 국어사전을 보면, 예전에는 나이나 벼슬,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를 일컫었으며 요즈음에는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여 공로가 많은 연로자를 뜻한다고 씌어있다. 원로(元老)는 어른같은 어른 으뜸가는 어른을 뜻한다. 원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원로가 원로같지 않는 사회에서 백성희 장민호 두 분의 원로배우를 가진 .. 2020. 6. 15.
성형외과 전성시대 예전에 직장 사무실이 남산에 있었을 때 였다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려고 명동쪽으로 내려왔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명동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최고의 중심지였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의 백화점 뿐만 아니라 상업 제일 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은행 본점들과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이런저런 증권사 단자회사 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싸롱이라는 주다야싸들과 비싼 식당과 싼값에 갈 수 있는 술집 그리고 마이하우스 같은 디스코장과 오디오가게들 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있는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편리한 곳이었다 지금은 강남으로 옮겨 서울성모병원이라 부르는 명동성모병원도 있었지만 죽을 병도 아닌 그저그런 감기몸살 때문에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종합병원에 갈 이유가 없어 병원을 찾으러 명동의 거리를 따라갔.. 2020. 6. 5.
호림박물관에서 간송미술관, 호암미술관과 함께 한국의 3대 사립박물관으로 불리는 호림박물관 청동기시대의 홍도채문토기를 비롯하여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의 각종 토기, 조선시대의 백자 및 분청사기를 두루 구비하여 국내 최고수준의 도자기 콜렉션으로 정평이 난 곳 바로 호림박물관이다호림박물관은 신림본관과 신사분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 신사분관에서는 주로 특별전을 통해 다양한 유물과 전시기법을 선보이는 데 반해 신림본관은 상설전에 주력한다고 한다 신림본관은 도심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탓인지 예전에 갔을 때에는 그야말로 직원들만 보일 뿐 민망할 정도로 관람객이 없었다 아니, 박물관을 운영 관리하려면 돈이 꽤 들어갈텐데 직원들 월급은 고사하고 이곳 난방비도 안나오겠다 이에 반해 강남 중심지 도산공원 옆에.. 2020. 5. 30.
경마장 가는 길 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가 들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흰 머리가 많아지고 돋보기가 필요해지고 식당에서 일어나다 에구구구~하며 이제는 몸이 옛날같지 않네 하며 아쉬워하는 단지 그것 뿐일까? 예전 이곳에는 경마장이 있었고 싸고 편한 퍼블릭 골프장이 있었는데, 6홀이었나 7홀이었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보기보다는 과거를 먼저 생각해 낸다.서울숲에서 숲을 안보고 옛 추억만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나보다. 이전과 다르게 나무 그늘이 적당히 우거져 있고 떼를 지어서 놀러온 사람들도 적지않게 있다.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 이들을 보며 문득, 이 사람들은 혹시 서울숲이 아니라 경마장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한강 다리 한남대교와 양화대교를 얘기할 때 .. 2020.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