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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가 보이는 극장 우리 사회가 워낙 급하고 급하게 빠르고 빨리 변하다 보니, 무조건 새 것만 좋다고 하고, 옛 것은 낡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대세가 되었다. 노령사회,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지만 노인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못하는 사람, 쓸모가 없는 뒷방 늙은이라 비하하며 어른이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이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를 게 없고, 여기와 저기가 차이나지 않는다. 원로 元老 국어사전을 보면, 예전에는 나이나 벼슬,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를 일컫었으며 요즈음에는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여 공로가 많은 연로자를 뜻한다고 씌어있다. 원로(元老)는 어른같은 어른 으뜸가는 어른을 뜻한다. 원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원로가 원로같지 않는 사회에서 백성희 장민호 두 분의 원로배우를 가진 .. 2020. 6. 15.
익선동 종로3가 골목이 서울의 지도였던 때가 있었다. 모퉁이집, 끝집 같은 이름은 골목의 이정표였다. 아파트 단지에, 예쁜 이름의 대로에 지도의 굵은 글씨를 내준지 오래지만 서울 한복판에 골목을 간직한 동네가 남아 있다. 보존이라기보다는 방치됐다고 표현해야 할 빛바랜 한옥이 전통과 낡음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이다. 益 더할 익 善 착할 선 착한 일만 거듭되는 곳, 그래서 익선동인가... 종로3가와 북촌 사이에 있는 동네 익선동 익선이라는 동네 이름은 이 지역에 있던 마을 이름인 익동의 ‘익’자와 조선 초기부터 있던 한성부 중부 정선방에서 ‘선’자를 따서 합성한 데서 유래되었으나, 1914년에 동명을 새로 제정하면서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으로 보기도 한단다. 번듯한 양반집을 떠.. 2020. 6. 12.
녹슬은 기찻길 오류동 남쪽에 항동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고 그곳에 달리는 듯 멈추는 듯한 기차길이 있다. 길이 4.5km에 달하는 항동 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항동,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진 단선 철로로, 원래 명칭은 오류선이었다. 지난 1959년 경기화학공업이라는 기업이 원료와 생산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KG케미칼로 이름을 변경하며 공장을 이전한 후 기차 대신에 사람들이 다니는 철길이 되었다. 그렇지만 항동 철길은 폐선이 아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근처 군부대로 들어가는 화물기차가 멀리서부터 기적을 울리면서 천천히 운행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철길 한쪽의 ‘멈춤’ 표지판을 지나고 풀과 자갈이 덮인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옛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다. 공원으로 단장한 다른 곳의 .. 2020. 6. 9.
을지로골목에서 지난 가을날의 이야기 ...... 을지로3가 지하철역에 내리니 입구에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흔히 보던 풍경,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하나! 그런데 축제에 웬 이웃돕기 자선행사일까아뭏튼 축제 준비는 간단해 보였다. 평상시와 같이 길가 골목 양쪽에 조립식 탁자와 의자를 펴놓는 것, 그걸로 준비 끝! 그렇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은 노가리와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평상시와 비슷한 풍경들, 가볍게 한 잔한다면 생맥주에 노가리 한 마리 칼칼함이 좋으면 호프 한잔에 골뱅이 한 접시 그것도 좋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치맥이 더좋아!!해가 슬슬 넘어가기 시작하자 노가리 골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장터 수준이 아닌 완전 도떼기 시장, 난리통이 되어버렸다.안락한 .. 2020. 6. 8.
성형외과 전성시대 예전에 직장 사무실이 남산에 있었을 때 였다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려고 명동쪽으로 내려왔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명동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최고의 중심지였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의 백화점 뿐만 아니라 상업 제일 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은행 본점들과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이런저런 증권사 단자회사 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싸롱이라는 주다야싸들과 비싼 식당과 싼값에 갈 수 있는 술집 그리고 마이하우스 같은 디스코장과 오디오가게들 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있는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편리한 곳이었다 지금은 강남으로 옮겨 서울성모병원이라 부르는 명동성모병원도 있었지만 죽을 병도 아닌 그저그런 감기몸살 때문에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종합병원에 갈 이유가 없어 병원을 찾으러 명동의 거리를 따라갔.. 2020. 6. 5.
미수 허목 우리는 국사 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우고 고궁과 유적지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TV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마주하고 역사의 인물을 만난다 미수 허목 늦은 나이에 정계에 등장했지만 흰 수염을 휘날리며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킨 학자 허목 지방관으로서 삼척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신 분 우리의 역사에서 다소 소홀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여겨지는 분이다 眉 눈썹 미 叟 늙은이 수 눈을 덮을 정도로 눈썹이 길었기에 스스로 자신의 호를 미수라 이름지었다 오사모에 담홍색의 시복(時服)을 입고 서대(犀帶)를 착용한 좌안 7분면의 복부까지 오는 반신상이다. 영정의 오른 쪽에는 채제공이 당시에 쓴 표제가 붙어 있다. ​ 화폭 상부의 제발문에 따르면, 정조 18년(1.. 2020. 6. 3.
초파일 4월 8일 음력 사월 초파일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양력으로는 4월 30일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한달을 늦춘 5월 30일에 봉축식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윤4월이기에 5월 30일도 4월 8일 윤달 사월 초파일이었다 누구에게는 황금 샌드위치 연휴이지만 우리집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누구에게는 놀러가는 공휴일이고 나에게는 부처님 만나러 절에 가는 날이다.올해 경자년은 서기 2020년, 불기로는 2564년, 단기로 따지면 4353년이다.[단기]는 단군기원(檀君紀元)의 약자로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해 B.C.2333년을 원년으로 삼는다. [서기]는 서력기원(西曆紀元)의 약자로서 예수께서 탄생하신 해를 원년으로 삼는 연호이기에, 우리가 기원전 00년이라 하면 서력 기원전을 의미한다. .. 2020. 6. 1.
여주 신륵사에서 전라남도 여수는 麗水로 쓰지만 경기도 여주는 驪州라 한다 보통 알고 있는 麗 고울 려, 아름다울 려가 아닌 흔히 쓰지 않는 驪 검은말 려 라는 한자를 쓴다 검은 말 Black horse 黑馬도 아닌 검은 말 驪 여주에는 어떤 역사가 있기에 이런 한자를 쓸까? 驪州와 驪江 여주 사람들은 신륵사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를 驪江 여강이라 부른다. 여강은 강원도의 섬강과 점동면의 청미천이 남한강에 몸을 담그는 세 물머리(삼합리)부터 이포대교 아래 전북리에 이르기까지 100리 물길이다. 여강이라는 이름은 여주의 옛 이름인 黃驪 황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려시대의 문인이자 최고의 문장가로 동국이상국집의 저자 驪州 李氏 이규보 요즘식으로 하면 여주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고려식으로 하니 그의 본관이 바로 황려 黃驪.. 2020.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