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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을지로골목에서

by 창밖의 남자 2020. 6. 8.

지난 가을날의 이야기
......
을지로3가 지하철역에 내리니
입구에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흔히 보던 풍경,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하나!
그런데 축제에 웬 이웃돕기 자선행사일까

아뭏튼 축제 준비는 간단해 보였다.
평상시와 같이 길가 골목 양쪽에
조립식 탁자와 의자를 펴놓는 것,
그걸로 준비 끝!
그렇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은 노가리와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평상시와 비슷한 풍경들,
가볍게 한 잔한다면 생맥주에 노가리 한 마리
칼칼함이 좋으면 호프 한잔에 골뱅이 한 접시
그것도 좋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치맥이 더좋아!!

해가 슬슬 넘어가기 시작하자
노가리 골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장터 수준이 아닌 완전 도떼기 시장,
난리통이 되어버렸다.

안락한 축제를 즐겨보려던 기대는
물밀처럼 밀려드는 엄청난 인파속에서
애시당초 저 멀리 물건너가고
마치 전쟁터 속에서
노맥을 먹고 마시는 듯한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즐겨찾던 을지로의 오랜 명물 노가리 골목에서
노맥 축제를 바라다 보고 있으니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가 떠오른다.

오랜 전통의 옥토버 페스트 Oktoberfest,
Oktober(10월) + Fest(축제)
말 그대로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9월 말부터 10월초까지 2주 동안 열리는 축제다

우리는 그네들과 같은 축제는 없을까
우리의 축제는 왜
어수선하고 혼잡하고 유치스럼만 있는지

나라가 하던 지자체가 하던 민간이 하던
그 어디에서
주최하고 주관하던간에
주먹구구식의 준비와 대책없는 진행,
그리고 초라하고 뻔한 내용

그렇고그런 축제일거라고 알면서도
그래도 변함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지자체가 주최하는
축제가 일년에 천 개가 넘는
그야말로 축제공화국 대한민국이지만
그중에 단 하나 만이라도
축제같은 축제
손꼽아 기다릴만한
제대로 된 축제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코로나19가 죽지도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올해 을지로골목은 어떴게 될런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을 계기로
멋진 축제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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