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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호림박물관

by 창밖의 남자 2021. 4. 5.

 


고고미술사학계의 <개성 3인방>
최순우 · 황수영 · 진홍섭은
잡지 [고고미술]에 이렇게 호소했다
....
유물 수집은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돈 많은 재산가들의 소일거리도 아니지요

수집가에게는
좋은 유물을 볼 수 있는 안목과 배짱,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명감 없이는 좋은 수집가가 될 수 없어요...

분청사기

개성공립상업학교 재학 시절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고유섭의 특강을 듣고
문화재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던
湖林
호림 윤장섭은
개성 3인방의 호소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13-IV-73 #311,김환기

 

윤장섭은
1957년 성보실업을 시작으로
유화증권과 서울농약(현 성보화학)을 세운
경영인이지만
문화재 1만5,000여점을 사들인 수집가로
더 유명하다

사군자 화첩, 최북
사군자 화첩, 최북
사군자 화첩, 최북
사군자 화첩, 최북

호림 윤장섭은 
1971년 고미술 중개상인으로부터
<청자상감유로연죽문표형주자>를 구매하면서
문화재 수집을 시작했고,

청색, 윤형근

고고미술사학계의 <개성 3인방> 으로 불리는
개성 출신 선배들
*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 진홍섭 전 연세대 석좌교수와 교유하며
문화재에 대한 감식안을 길렀다

분청사기 귀얄문병
물방울, 김창용
所願學孔子, 김정희 글씨

所願學孔子
소원학공자
공자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다


윤장섭은
늘어나는 소장품을 보면서
내가 세상을 뜬 뒤에도
유물을 지켜내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2년 사재를 털어
대치동의 한 상가 건물에 호림박물관을 열었다
문화재단도 함께 설립해
유물의 소유권을 재단에 넘겼다

부동산과 유가증권 같은 수입원도
재단에 기부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재정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철저한 검약정신이 몸에 밴
그 <개성 상인>은,
좋은 의복을 입거나 좋은 음식 먹는 걸 삼가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그대로 한번 해본 것
이라고 말한다.

흑자

그 이후
호림박물관은
1999년 신림동으로 이전했고
2009년에는 신사동에
분관 호림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이런 노력으로
호림박물관은 설립 30년 만에
국보 8점, 보물 46점을 비롯해
1만 5000여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호림 윤장섭은
2012년 호림박물관 개관 30주년 당시,

문화재는 개인 재산이 아니다
내가 모은 문화재도 전부 재단에 기증했으며
먼 훗날까지도 공공의 자산으로 후손에게
길이 전해졌으면 한다
라고 말했다

호림박물관을 세운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2016년 5월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대화,이우환

 

木之必華 華之必實
목지필화 화지필실
나무는 반드시 꽃을 피우고
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木之必華 華之必實, 김정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들
까짓것 나도 돈만 많다면
저 정도는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청다색, 윤형근

문화재나 예술품을 수집하는데 있어
물론
먼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옛 유물들을 바라보는 애정이 있어야 하고
어느 것이 가치가 있는지,
앞으로 가치가 있을 것인지
자신만의 수준높은 안목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보듯이
그냥 돈만 팡팡 내지른다고 해서
하나의 훌륭한 컬렉션을 이뤄낼 수는 없다

석란도, 이하응

아무도
그 누구도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집 구석에서 이리저리 뒹굴던 그릇들을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안목
그리고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하나둘씩 모으고 또 모으며 지켜온 것이다

작품, 김종영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은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고맙게도
무료 관람을 시행하고 있다

오늘 박물관을 거닐며
선조들의 찬란한 유산을 만끽하는 즐거움과 함께
숱한 어려움과 주위의 비아냥을 견뎌내며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컬렉션을 이루어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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