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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왕곡마을에 가다

by 창밖의 남자 2021. 1. 3.

6ㆍ25 당시 고성군 전체가 전쟁터였음에도
폭격 한 번 당하지 않아
옛 모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고
임진왜란도 피해간 곳으로 알려져 있는
마을

안동에는 하회마을이
경주에는 양동마을 있다면
동해안 고성 송지호 둘레길에
왕곡마을이 있다.

사실 이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곳에 관해 들은 바도 아는 것도 하나 없었다
송지호를 한바퀴 돌아본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그 둘레길의 한자락에 옛날 집들이 있기에
어떤 곳인가 둘러본 것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맨 먼저 눈에 띈게
《동주》라는
영화 촬영지 안내 간판들이었다

왜?
이 마을에서 《동주》를,
서울서 가까운 민속촌에서 찍어도 될터인데...

차차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이 남한에서 유일하게
북방식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마을이기에
윤동주가 태어나 학교를 다닌
북간도의 용정 명동촌과 유사하다는 거였다

旺谷마을
강원도 고성군 오봉리에 있는
왕곡마을은
다섯 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계곡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오봉리(五峰里)는
오음산을 주산으로,
두백산, 공모산, 순방산, 제공산, 호근산의
5개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지어진
명칭이다

왕곡마을은
강릉 함씨와 강릉 최씨 집성촌으로
19세기 전후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밀집 · 보존되어 있어

1988년 전국 최초로
전통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되었으며
2000년에는
국가민속문화재 제235호로 지정되었다

공식적으로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지만
가게 주인장 얘기로는
지금은 가옥의 절반 정도만 살고 있다고 한다

동해 바다가 지척이지만
다섯 개 봉우리에 둘러싸여서 그런지
마치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듯이
파도 소리가 미치지 않고
갯가의 비릿한 내음조차 스며들지 않으며
마을 앞에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도
깊고 깊은 산중인 듯 고고한 마을,
강원 고성의 왕곡마을이다

마을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을 중심으로
좌우로 가옥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대부분의 집들이 남향이나 남서향에 자리잡아
일사량이 적은 겨울철에
햇볕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건축되었다

마을 안에는
농사를 짓는 여염집도 있고,
한과를 직접 만들어 파는 집도 있으며
큰상나말집이니 작은박촌집이니 성천집이니
색다른 이름의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집이 여덟 곳이나 되고
깔끔하게 단장한 전통 가옥의
하룻밤 숙박비가
생각보다 저렴해서 깜짝 놀라게 된다고 한다

왕곡마을은
집집마다 굴뚝모양을 다르게 만들었는데,
이 중 특이한 것은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 올리고
항아리를 엎어 놓은 굴뚝이다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열 손실을 줄기기 위한 지혜로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한번 순환시킬 수 있고,
초가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시설한 것이다

‘ㄱ자’형 겹집은
산간지역의 추위를 막기 위한 구조다.
안방 사랑방 마루 부엌이 한 건물에 들어 있고,
부엌에 외양간을 붙여 온기를 유지한다.

앞마당은 대문이 없이
마을 안길과 연결돼 개방적인데 비해
뒷마당은 반드시
부엌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가족, 특히 여성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구조다

더구나 뒷마당은
비교적 높은 담장으로 둘러져 있어서
북풍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정미소는
지난 1968년에 지어졌다
전통민속마을에 산업화의 산물인
도정기계가 가동되는 정미소가 건립된 것이다
전국 민속마을 가운데 유일하게
20세기에 건립된 정미소가 잘 보존되고 있다

어쩌다 마주친 왕곡마을
최전방의 통일전망대를 향해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송지호라는 넓은 호수가에 조용히 있는 곳

추운 겨울이라
황량하기도 하고 썰렁하기도 했지만
꽃 피는 봄날에는 예쁘다고 하는
한과를 만들어 파시는 아주머니의 얘기대로
징그러운 코로나가 없어지면
꼭 하루 밤 자고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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