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엽불상견 花葉不相見
꽃은 잎을 볼 수가 없고
잎은 꽃과 만날 수 없다
相思花
서로가 그리워할 뿐 만나지 못하는 꽃이라
상사화라 했다
꽃과 잎이 같이 있는 여느 꽃과는 달리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꽃무릇 역시
꽃과 잎이 결코 만날 수 없다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기에
외로이 꽃만 피는 상사화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잎이 지고 난 후에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엄연히 다르다.
石蒜 : 石 돌 석 蒜 마늘 산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하여
석산화(石蒜花)
흔히 꽃무릇이라 부른다
석산과 상사화는
목과 속이 같지만 종은 다르다.
석산이 상사화의 하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상사화 : 수선화과 상사화속 상사화종
꽃무릇 : 수선화과 상사화속 석산종
상사화와 석산은 생리적인 특성도 다르지만
상사화 꽃이 연한 홍자색인 데 비해
석산 꽃은 붉은색으로 꽃 색도 다르다
그런데 다르면서도 비슷한 구석도 있다
꽃과 잎이 같이 피지 않는 점은 같지만
석산은 꽃이 피고 난 후 → 잎이 나지만
상사화는 잎이 떨어진 후 → 꽃이 핀다
구경!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상이 무엇이든지간에
구경 다니는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살고 있는 땅이 좁아빠진 탓도 있겠지마는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뭔가 새롭거나 신기한게 있다고 보도하면
그곳은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북새통이 되어버린다
구경중에서도 으뜸은
꽃구경이다
해마다 때가 되면
사계절 돌아가며 꽃이 피건만
봄이 되면 매화며 벚꽃이며 산수유를 보러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온통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넘쳐난다
제주도에서 피어나는 유채꽃을 시작으로
광양 홍쌍리댁 청매실농원의 매화를 거쳐
진해 해군기지를 비롯한 곳곳에서 벚꽃이 피면
상춘객 賞春客
말 그대로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꽃 잔치다
이렇게나 우리처럼
꽃 구경다니는걸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봄이 꽃구경이라면 가을은 잎구경이다
노랗게 빨갛게 곱디곱게 물이 들어가는
가을 단풍철이 되면 더 난리다
봄 꽃구경이 노오란 유채꽃으로 시작된다면
가을은 빠알간 꽃무릇이 신호탄이다
선운사 동구밖은
봄철에는 동백꽃으로 붉은 피멍이 들지만
가을에는 꽃무릇으로 뻘겋게 물들어간다
9월이 되면
전남 영광의 불갑사와 함평의 용천사 일대는
그야말로 시뻘겋게 불타오른다
불처럼 타오르는 꽃밭 속에는
꽃구경 나온 남녀노소 행락객들이 넘쳐흐른다
그렇기는 한데
이리보고 조리보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똑같은 꽃이건만
영광군에서는 상사화 축제라 하는데
옆에 바로 붙어있는 동네인
함평군에서는 꽃무릇 축제라 한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개인이 사사롭게 벌이는 잔치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주최 주관하는
그것도 2001년도 부터 시작하여
어언 19년이나 지속적으로 벌이는 행사임에도
한 곳은 상사화!
그 옆 동네에서는 꽃무릇이라니....
꽃무릇이라 부르던 상사화라고 하던
그게 무슨 대수냐?
와서 꽃구경 실컷하고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면 됐지
우리도
공들여 잔뜩 심어놓은 시뻘건 꽃 덕분에
가을 한 철 장사로
서울사람들 돈이나 왕창 뜯어내면 그만이지...
설마
그렇게까지야 아니겠지만
꽃 이름 하나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그런 무신경한 행정은 고쳐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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