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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동대문

by 창밖의 남자 2020. 9. 21.


저 문은 오늘도 닫혀있네
언제나 한 번이라도 지나갈 수 있을까?


하나의 외로운 섬처럼
차들의 흐름 속에 갇혀있는 동대문
그곳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언제 한 번이라도 문을 여는 날이 있을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어릴 때부터 살면서
오며가며 하루에도 여러번씩 눈과 마주친
동대문의 모습은 매우 낯이 익었지만
그 때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대문은
언제나 딱딱한 모습으로 굳게 닫혀 있을 뿐
조금이라도 방긋 웃는 얼굴로
문을 열어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都城
도성
성곽으로 이루어진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다
조선 왕조의 수도였던
한양도성의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명칭은
한성 漢城이었다

예전의 서울은
성벽으로 둘러 싸인
말 그대로 한양 도성이었다지만
나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사셨던 아버지에게 물어봐도 
성벽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서울 토박이에도 낯설은
지금의 성곽은 언제 생긴건가?


 

이곳에 오면
지금도
이전의 거리 모습과 많이 달라졌기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당황해 한다
어라,
동대문병원이 어디에 있지
여기에 있었는데
언제 없어졌지?


예전에 이곳에는 병원이 있었다
동대문벼뭔이라 불렀던
이화여자대학교부속병원
지금은
멀리 목동쪽에 있는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이 바로 그거다
언제인가 이곳을 떠났고
병원이 떠난 그 자리에는
본래 있었던 도성 성곽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되돌아왔다

동대문 밖,
창신동과 숭인동 쪽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집들의 바다는
어린 시절부터 눈에 익었던 풍경이다


지금이야 낙산 줄기를 따라
서울 도성이 쭈욱 이어져있지만 
예전에는
도성 안쪽의 낙산도,
도성 바깥의 낙산에도
조그만 나무 한 그루 없이
낡고 좁은 집들로 빼곡히 가득찬 동네였다

한양도성 동대문 밖
이른바 문밖은 숭인동과 창신동이고
문안 쪽은 동숭동이다


낙산 꼭대기 산비탈에 위태롭게 서있던
시민아파트들은
그 유명한 [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 여파로
모두 철거되었고
이제는 도심이라 부르는
문안을 내려다보는 예쁜 카페들이 들어선
낙산공원으로 변했다.
이런 것을 상전벽해라고 하나보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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