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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열림과 닫힘

by 창밖의 남자 2020. 9. 12.

오늘의 시대를 관통하는 열쇠와 자물쇠는?
그중의 하나가 소통이다.
통하지 않으니 불통이요
도대체 통하지 않으니 먹통이다.

너나 나나 누구나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소통해야 살아남는다며
우리들의 사고를 전환할 것을 촉구하면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방법을 몰라서 안하나?



소통과 먹통!
집 사람이나 딸내미도 나보고 불통이라고 한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는 거다. 
나만 고치면, 내 태도만 바꾸면
서로간에 소통이 잘될 거란다.
이상하지 않은가? 
대화라는 것은 서로가 주고 받는 것인데 
왜 나만 문제인가?




시대가 변했다고
모든 것이 다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간 불편하더라도 간직해야 할 것은
간직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다. 

어떻게 자기 편한 대로만 살아가려 하는가?  잘못된 생각이다. 
이렇게 지적하면 고루하단다. 
케케묵은 냄새가 마구난다며 고개를 외로 꼰다.


 

일방적인 요구는 그 것 자체가 먹통이다
자기 자신은 상대방 말을
들을 생각도 않하고 고칠 생각도 없이
네가 틀렸다고
네가 고집이 세다고 말하면
그것은 소통이 아니다.


서로가 노력하고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위치도 인정하고 입장도 이해를 해야 한다.

그 다음에 소통이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것 봐라 불통 덩어리네 하며
외면할 지도 모르겠다.....  



소통과 대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 있어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의
한시 풀이를  인용해 본다 



     
.....1558년 음력 2월,
23세의 청년 율곡이 계상으로
58세의 퇴계를 찾아왔다.
    
오늘 찾아 올 줄 어찌 알았으리
지난 날 쌓인 회포 말해 보세나
(那知此日來相訪 宿昔幽懷可款言)         
  -퇴계 이황(1501~1570), 『퇴계집』 중에서
    
명종10년(1555) 55세의 退溪 이황은
성균관 대사성을 지내다 병을 핑계로
고향인 안동 퇴계로 내려가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며 제자를 기르고 있었다.


마침 이해에 율곡(栗谷) 이이(1536~1584)는
20세 청년으로 생원시에 장원하여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율곡은
2년 뒤 성주 목사 노경린의 따님에게 장가들고,
다음해인 1558년 봄 2월에
성주 처가로 근친(覲親)을 간다.
근친을 마치고 강릉 외조모께 인사하러 간다는 핑계로 일부러 안동 퇴계를 거치는 행로를 잡아 도산서당으로 퇴계를 찾아뵙고 인사드린다.

퇴계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시로 반기며
진눈깨비가 내린다는 핑계로
율곡을 사흘이나 잡아 놓고
술잔을 마주하여 시를 주고 받으며
학문을 담론한다.
참으로 가슴이 먹먹할 만큼 부러운 장면이다.
퇴계 선생이 58세, 율곡 선생이 23세 때였다.
나이를 뛰어넘는 인연이 지금도 뭉클하다.
    


시 제목은
(李秀才珥字叔獻 見訪溪上 雨留三日)
이수재 이 자숙헌이 퇴계를 찾아와 비로 3일을 머물다
                                       -퇴계 이황
    
젊은 나이에 이름 떨치는 자네 서울에 있고,
늙어 병 많은 나는 시골에 있네.
早 歲 盛 名 君 上 國 (조세성명군상국)
暮 年 多 病 我 荒 村 (모년다병아황촌)
    
오늘 찾아 올 줄 어찌 알았으리,
지난 날 쌓인 회포 말해 보세나.
那 知 此 日 來 相 訪 (나지차일래상방)
宿 昔 幽 懷 可 款 言 (숙석유회가관언)
    
천재소년 2월 봄에 기쁘게 만나,
3일을 만류하니 정신 통한 듯.
才 子 欣 逢 二 月 春 (재자흔봉이월춘)
挽 留 三 日 若 通 神 (만류삼일약통신)
    
비는 소나기 져 시내에 가득 차고,
눈은 구슬 꽃 만들어 나무 감싼다.
雨 垂 銀 竹 捎 溪 足 (우수은죽소계족)
雪 作 瓊 花 裏 樹 身 (설작경화이수신)
    
말 빠지는 진흙탕 가는 길 막고,
해 부르는 새소리에 경개 새롭다.
沒 馬 泥 融 行 尙 阻 (몰마니융행상저)
喚 晴 禽 語 景 纔 新 (환청금어경재신)
    
한두 잔 술 내 어찌 덜 채우겠나,
이로부터 나이 잊고 도의로 다시 친하세.
一 杯 再 屬 吾 何 淺 (일배재촉오하천)
從 此 忘 年 義 更 親 (종차망년의갱친)
   
早歲 : 젊은 나이 盛名 : 이름이 유명함
上國 :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호칭이나, 여기서는 시골에서 서울을 부르는 호칭.
暮年 : 노년기, 인생의 末年
荒村 : 거친 산골 동네
那知 : 어찌 알리요. 那는 何의 시적 표현으로 많이 씀.
宿昔 : 이전, 평소에                           
幽懷 : 가슴 깊이 품은 생각
款言 : 터놓고 이야기 함                    
泥融 : 진흙
再屬 : 거듭 권함 (권한다는 의미일 때는 屬을 속대신에 촉으로 읽음)
何淺 : 어찌 적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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