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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금강산 일만이천봉

by 창밖의 남자 2020. 8. 30.


하늘이 드높은 가을날
저녁볕이 동쪽으로 비치고 있을 때
저 멀리 하얗게 솟아오른 금강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정신이 황홀하여
결국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고 한다
/ 이상수, 동행산수기 중에서




 


땅은 그곳과 인연을 맺은 사람때문에
후세에 전해지는 것이지
단지 경치가 빼어나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 표암 강세황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 팔만 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 칠성당에 모두 모여
팔자에 없는 아들딸 나 달라고.....
/ 정선아리랑에서

 


금강산 봉우리가 진짜로 일만이천개일까?
절과 암자는 정말로 팔만 아홉개일까?
우리는 무심결에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누가 세었는지 몰라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 순진한 감이 있다



구룡폭포/ 이정수 사진



중국의 시선 이태백은
자신의 백발이 삼천장이요 白髮三千丈
여산 폭포 높이가 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이라고
뻥을 쳤지만 그 누구도 믿지않지만
아직도
백제 의자왕의 三千궁녀가
낙화암에서 떨어져죽었다는
그런 황당한 얘기를 믿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금강산 봉우리는 몇 개일까
금강산에 절은 몇 개나 있었을까
금강산은 진짜로 절경일까?
중국 황산이나 장가계보다도 훨씬 더 멋진가?


 

김화군 통화면과 회양군 내금강면 사이에 있는
단발령은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금강산의 풍모를 바라보면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고 싶다는 곳

신라 비운의 왕자
마의태자가
이 고개에 올라서서 머리를 깎았다는 곳
이름하여 단발령
斷髮嶺


화엄경(華嚴經)에
동북쪽 바다 가운데에 금강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담무갈보살이 1만2000 권속과 함께
항상 반야(般若)를 설법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금강산 일만이천봉이라는 말이 나왔다
담무갈보살은 법을 일으키는 보살이므로
법기보살(法起菩薩)이라고도 부른다.

고려 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 /노영


고려 태조 왕건이 금강산에 오르던 중
법기보살과 그 권속들을 친견하고 감격하여
그 자리에 정양사를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찌기 송나라 소동파 蘇東坡가 말하기를
원생고려국 일견금강산
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 번 보는 게 내 소원이다

흔히 소동파시구를 인용하며
금강산이 중국보다 최고라고 자랑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자화자찬이기도하다




금강산이
중국의 그 어디보다도 뛰어나서가 아니라
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한 것이다
물론 경치도 아름답지만
소동파에게는
금강산이 성지순례의 대상이었다.




고려시대 당시
원나라 순제와 기 황후가 장안사를 중창하고
표훈사가 원나라 英宗의 원찰로 지정된 것은
모두 법기보살을 믿었기 때문이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은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에서 따온 것이며
만폭동의 법기봉 역시
법기보살에서 이름지어진 것이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단발령에서 금강을 바라보고
개성에서 박연폭포를 듣고싶다




우리 모두의 바램이지만
구걸하지는 않으련다
피같은 내 돈
당당하게 지불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가을이 오면
정비석의 산정무한을 따라
<萬壑千峯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는 듯,
山色은 붉은 대로 붉은>
그 곳을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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