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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뚝섬 그리고 성수동

by 창밖의 남자 2020. 5. 28.

뚝섬
지금이야 뚝섬역 때문에 익숙한 지명이지만
지하철 2호선이 생기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었던 이름이었다.

섬?
그것도 뚝 떨어진 섬
아니 서울에도 섬이 있었나

그 뚝섬이
나에게는 외가집 동네였다.
시골이 아니기에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논도 없고 밭도 없는 밋밋한 한옥집이었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뚝너머로 한강이 흘러가고
외할머니가 계시며
언제든지 반겨주시던 큰외삼촌이 사시던,
추억어린 외가집 동네였다.

그런 추억을 지녔던 외가집이었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삼촌도 일찍 돌아가시며 그곳을 떠났기에
뚝섬은 내 기억 속에서 멀어져갔다

그때의 외가집이 어디쯤이었을까?
사진을 찍는다며 성수동 일대를 다니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려 보지만

옛날의 조용했던 동네가
언제부터인가
준공장지역으로 바뀌어가면서
이전의 흔적이 깡그리 없어졌기에
이제는 옛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뚝섬이고 성수동이다

뚝섬의 본래 이름은
뚝도리 혹은 둑(독)도리라 했다

둑신사라는 치우천황의 사당이 있어
이름지어진 이곳은,
치우천황 깃발 둑/독(纛)자를 써서
둑(독)섬이 되었고
한자식으로 둑(독)도리가 되었다.
이게 계속 전해져 내려오며
둑의 발음이 뚝이 됐다고 한다.

치우천황의 사당 둑신사는
지난 1925년 을축년 대홍수때 사라졌다.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설도 있다

뚝섬은
조선초 부터 임금의 사냥터이자 
무예를 검열하던 곳으로
임금이 거동할 때 마다 행차를 알리는
독기(纛旗)를 세웠다고 한다.
엄연한 육지임에도
중랑천과 한강으로 둘러싸인 이곳이
마치 섬 모양과 같다 해서
독기를 세운 섬이라는 뜻으로
뚝섬 · 둑섬 또는 한자음으로 뚝도·둑도라고 하였다

성수동 聖水洞
예전에 군대 훈련을 하던 곳에 세워진
정자 성덕정(聖德亭)의 '성'자와
뚝도 수원지(水源地)의 '수'자를 따서
성수동이 되었다. 

알 수 없는 것은
이전부터 뚝도리 이름이 멀쩡하게 있는데
왜 누가 동네 이름을
성수동으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수도물이 설치된 곳,
변변한 놀거리가 없던 50~60년대에는
서울시민들의 유일한 휴식처였던 뚝섬유원지와
그리고
뚝섬경마장이 있던 이곳,

서울 동쪽의 큰 평지가 준공업지대로 변해
70년대 부터 인쇄나 철강, 봉제, 신발 등
그리 크지않은 소규모 공장들로 가득찼던 곳

우리네 사람처럼 세월의 흐름을 겪은 후
이제는
낡고 오래된 공장들도 슬슬 은퇴를 하며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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