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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청계산을 가다

by 창밖의 남자 2021. 2. 9.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등
사방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에서
등산 초보자도 크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고
접근성이 가장 편리한 산이라면
그 첫째로 꼽는 산이
청계산이다

전철을 타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조금만 걷다가
위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굴다리를 지나면
원터골 초입이 나온다.
청계산 입구다

어떤 매체에서
우리나라에서 어느 곳이 가장 인기가 있는지
스마트폰 어플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당연하게도
전체 인구의 과반수가 집중해서 살고 있는
수도권 주변의 산들이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1등이 바로 청계산이다

청계산을 올라가다 보면
다른 산과 달리
친구모임, 직장모임, 가족모임이 많아보인다
만만치 않은 주변의 산들과는 달리
그다지 힘들이지 않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등산객들의 연령대가 젊어지는 특징이 있다
복장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도 보이고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레깅스 차림이
이곳저곳에서 꽤나 눈에 띈다

일반적인 산행길은
원터골에서 시작하여 옥녀봉을 둘렀다가
계단지옥이라고 불리는
1480여 개의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가고 나면
582mm의 과히 높지않은 매봉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음료를 시원하게 한 잔 마시고
그리고 하산을 한다

그렇게 매봉을 올라다녔으면서도
최근에서야 눈에 들어온 길이 있었다
<충혼비 가는 길>이라는 낮익은 표지판이다
보기는 예전부터 보아왔지만
그냥 무심코 지나친 그런 길이었다

1982년 6월 1일 공수특전사 소속 수송기가
훈련 도중에 기상악화로 추락하면서
탑승자 모두 순직하였다
대부분 특전사 훈련병이었다
추락한 그곳에 추모비가 세워졌고,
순직 장병 53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3주간의 지상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낙하훈련 임무를 위해 수송기에 탑승하였는데,
이륙 직후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방향을 잃었고
원래 항로에서 벗어나 청계산 산자락에
그대로 충돌했던 것이다

사고를 당하지만 않았다면
지금쯤에는 환갑을 맞이했을 이들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살며시 저려온다

충혼비에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붉은 꽃이 있었고
유리 잔에는 참이슬이 가득 부어져 있었다

한 잔 드시게나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대한민국은 영원할 거외다

꽃다운 나이에 스려져간
49명의 특전장병과 4명의 공군조종사들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가슴에 새기며
청계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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