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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서대문

by 창밖의 남자 2021. 1. 27.

내 얘기에 반발하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신문이라고 하면
바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다
공교롭게도 두 신문사 건물이 모두
광화문 사거리에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 동네를 신문로라 부른다

신문로1가와 신문로2가를 한자로
어떻게 쓸까
조선과 동아가 있고
서울신문도 경향신문도 있는 거리이기에
신문 newspaper 新聞
당연하게도
新聞路 라고 쓰지 않을까?

newspaper 신문은
한자로
新問도 아니고 新門이 아니며 新文도 아닌
新聞임에도
신문로는 新門路라 쓴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대문사거리에 이르는 길
오늘 우리는 그 길을
새문안로 새문안길이라 부르며
그 길을 가다보면 유명한 교회가 서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로교회
새문안교회
새문안예배당이 있다

최근 교회를 새로 지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새문안교회는
신문 또는 새문이라 불렀던
광화문 서편의 돈의문(敦義門),
즉 새문 안에<新門內> 있다는 의미에서
새문안교회라 이름지었다


한양 도성에는 모두 8개의 문이 있었다
사대문으로는
흥인지문 숭례문 돈의문 숙정문이 있었고
사소문에는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 창의문이 있었다

한양도성길을 걷다가
서쪽의 돈의문과 소의문을 보려해도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래의 자리마저 정확하게 모르는 실정이다

추측하기로는
돈의문은
지금의 강북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앞쪽의
큰 길가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사거리에 있는 서대문경찰서를 비롯해
서대문구청과 서대문보건소 서대문세무소
서대문형무소와 서대문역사박물관
특히나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 많이 쓰고 있는
서대문이라는 호칭은
원래 우리가 즐겨쓰는 이름은 아니었다

돈의문 일대는 과거
《새문》 내지는 《서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랬던 '새문'의 지명이
서대문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05년 경성역이 '경성'의 이름을 잃고
'서대문역'으로 개칭된 이후부터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서대문경찰서 서대문구청 서대문형무소....

서대문은
왜 동대문이나 남대문 처럼 서대문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돈의문은
다른 문과는 달리 팔자가 드세다
조금 길지만 파란만장한 과거를 들여다보면,

한양 도성을 쌓으면서
지금의 사직터널 부근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돈의문을 세웠으나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고 하여
1413년 태종13에 문을 폐쇄하였고
그 대신에
경희궁 서쪽 언덕으로 추정되는 곳에
서전문 西箭門을 열었다

일설에는
당시 세도가 짱짱했던 이숙번의 집 앞으로
길이 나다보니 통행자가 많아 시끄럽다며
길을 막았대나 문을 막았대나 횡포가 심했다나
그 때나 지금이나
같잖은 인간들이 권력을 쥐면
딸을 의대도 보내고 승마도 시키고 하는
제멋대로 하는 짓거리는 바로잡히지가 않네

그러다가 다시 1422년 세종 4에
도성을 대대적으로 고쳐쌓으면서
말썽 많고 탈도 많고 말도 많던
서전문을 닫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문을 세웠다

이때 건립된 돈의문은
새문 또는 신문으로 불렀고
길의 이름도 신문로가 되었다

이후 돈의문은 500년 넘게 원형을 유지해오다
1915년 전차 노선이 복선화되면서 훼철되어
성문이 경매에 넘겨져
건축자재로 매각되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
경매 입찰을 행하여 입찰자 십여 명 중에서
결국 205원 50전으로
경성 염덕기에게 낙찰되었는데
본래 경매한 것은 거의 목재뿐이오
석재는 이것을 도로의 개수에 사용하고
또 고고학상에 참고할 자료될 부속물은 총독부에서 영구히 보존한다더라....

/ 매일신문 1915년 3월 7일자 기사에서

매일신보 1915년 3월 7일자 기사

옛말에 서방복이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다던데
어찌되었든
기구하고 박복했던 돈의문 탓인지
그 문으로 가는 길도
이리저리 여러 번 이름을 바꿔야만 했다

일제강점기때
행정구역 이름이자 거리 이름이었던
서대문정이
광복후 일제식 명칭을 고칠 때
1946년 서대문로로 바꾸었으며
1950년 신문로로 이름을 고치었다가
1984년에는
지금의 《 새문안길 》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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