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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문화광 光化門

by 창밖의 남자 2021. 1. 7.
문화광이 아니고 광화문이라고?

사진 속 현판의 한자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물어본다면
100명 중에서 몇이나 옳게 대답할까
문화광?
광화문이 아니고....
이웃들을 무시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우리들의 한자 문맹이 매우 심각한 단계라는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광화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장소가 장소인만큼 대부분 답하겠지만
집이나 사무실 등의 실내에서
종이 위에다
慶福宮 光化門을 쓰고
읽어보라고 한다면
길거리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문맹율 0%
우리나라를 자랑할 때
우리를 설명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우리가 이렇게 낮은 문맹률을 기록한 데는
높은 교육열과 잘짜인 교육제도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글의 우수성 때문이다

BTS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듯이
세계는 오늘도
K-POP과 한류의 대한민국에 열광한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중심에는
우리가 침이 마를정도로 자랑하고 있는
한글이 보이지 않는다

바깥으로는
그렇게 자랑질을 하는 문자이지만
막상 안에서는
우리처럼
한글을 구박하고 천대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길거리에 넘치고 흐르는
뜻모를 외국어 간판만이 아니다

한글이 천시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의 현판이다

경복궁의 남문인
광화문은
단순히 경복궁의 남쪽 출입문이 아니다
조선 법궁의 정문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 광화문 》이라는 낱말은
만민공동회가 육조거리와 인근에서 열린 이래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의 중심지를 의미하였고
눈부신 경제 발전의 상징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 의지와 민주 역량을 보여주는
자부심의 공간이기도 하다

백악산을 뒤로 하며
세종로 큰 길가에 우뚝 자리잡고 있는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궁궐의 얼굴이자 눈동자가
현판에 크게 쓰여있는 글씨 광화문이다

광화문 현판은
경복궁 중건 당시인 1865년(고종 2년)에
당시 훈련대장이었던 임태영이 썼으나
6.25때 문루가 불타면서 함께 소실됐다

‘광화문’ 한자 현판은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다 현재의 한자 현판은 일본 동경대의 1902년 사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1916년 사진을 근거로 복원됐다 / 사진 경항신문

1968년 광화문을 중건하는 과정에서
현판을
박정희 대통령이 쓴 한글로 걸었다
한글 현판은
한글의 우수성과
우리 민족의 자주 문화를 꽃 피우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한글 현판이
박정희 독재정권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떼어내고
그 자리에 정조가 쓴 현판을 달겠다고 했으나

한글 단체와 국민들은,
정조가 조선 후기의 중흥을 이끈 군주였으나
세종처럼 경복궁에 거처한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화성으로 천도를 시도한 왕이었기에
광화문 현판의 정조 글씨는 정당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화재청은
문화재 복원은
<원형복원>이 원칙이라는 일반 논리를 내세워,
고종 때 사진 원판을 구해
<쌍구모본>의 방식으로 디지털 복원을 했다.

쌍구모본 방식은
글씨를 베낄 때 투명한 종이를 대고
글자 윤곽선만 따라 선으로 그려내
글씨 안을 까맣게 색칠하는 방식으로
그냥 어린이들의 글씨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청을 입히기 전 찍은 광화문 현판의 ‘광(光)’자 부분. 표시된 굵은 선 사이가 큰 금이 생긴 부분으로 나뭇결이 다른 부분보다 많이 휘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 한겨레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했다며
門化光 현판을 내걸었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졸속으로 만든 탓인지
대한민국의 얼굴인 현판이
금이 생기고 갈라지는 균열상태를 보인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부랴부랴 다시 만들어
새로운 현판을 걸어놓았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복원한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뭐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앗 뜨거! 하면서
부랴부랴 심층조사에 나선 문화재청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자료와
안중식의 작품인 백악춘효 등을 토대로 하여
광화문 현판이
● 어두운 바탕에 밝은 색의 글씨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억지 주장과 날림 시공 그리고 엉터리 고증 등
들끊는 비난속에서 문화재청은
무슨 똥배짱인지 마침내
광화문 현판을
경복궁 중건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검은색 바탕에 황금빛 동판에 새기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외국공관인 주한 미국대사관조차도
해마다 한글날이면
《한글날》이라는
한글로 된 현수막을 내건다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얼굴인
광화문에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 까지도
제대로 옳게 읽지 못하고 있는
■ 門化光 ■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글자같지도 않은 엉터리 한자 현판을 다는 것은
오늘의 시대 정신을 읽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착오라 판단된다

‘광화문 현판 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이 훈민정음체로 시험제작해본 ‘광화문’ 한글현판. 국보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집자해서 작가 강병인씨와 소목장 김정명씨가 제작했다


그렇다면 왜 꼭 한글이어여만 할까?
옳고 그름이 아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
역사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문제라 생각한다

시민모임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광화문은 대한민국 상징이다.
지금의 한자 현판이 아닌
당연히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으로 쓴
한글 현판이 걸려야 한다

이제는
하나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빗나간 것은 바로 잡고
잘못된 것은 똑바로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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