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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활

꽃밭에서

by 창밖의 남자 2020. 5. 16.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왜 그럴까

좀더 넓게 보면 복고풍이 대세란다

레트로!

 Retro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추억이나 전통 등을 그리워해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성향을 말한다는데

'복고주의', '복고풍'이라고도 불린다

 

레트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확장되면서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등의

새로운 개념도 등장했다.

 

 

레트로는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이

현재에 다시 부상하는 것으로,

인테리어나 대중음악 분야 등에서 뿐만 아니라

패션에서도 대세라는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거나

과거 유행했던 패션을 현재 대중들의 기호에 맞춰

재해석한 복고풍 패션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뉴트로가 확장되어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으로

레트로가 과거에 유행한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이지만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뉴트로가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취향을 뜻한다면

힙트로는 뉴트로에서 한 단계 진화해

복고를 최신 유행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고....

 

 

레트로가 유행이라지만

쿵짝쿵짝하는 송대관류의 네박자 뽕짝은 별로고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간드러지게 꺾어대는

문희옥과 장윤정의 트로트풍이 좋다마는

옛날 가수들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는

정훈희

 

 

안개라는 노래로 데뷔할 때

라디오에서는 하루에 몇번씩 흘러나와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었지만

그녀?

지금은 칠십먹은 할머니이지만

목소리는 아직도 짱짱하다

 

 

정훈희만이 가지고 있는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로 곱게 울려퍼지는 노래

《 꽃밭에서 》

조관우가 리메이크해서

딸네미도 아는 노래이기도 하다

 

 

음악 평론이나 경향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정훈희를 모르는 세대가

조관우의 노래라고 여긴다면

리메이크한 노래라는 것도

요새 말로 하면

뉴트로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 꽃밭에서 ]

- 최한경 시

- 이봉조 곡

- 정훈희 노래 / 리메이크 조관우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날엔 이렇게 좋은날엔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이렇게 좋은날엔 이렇게 좋은날엔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그런데

노랫말을 최한경이라는 사람이 썼다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니다

그는 누구일까?

 

 

최한경(崔漢卿)은

조선시대 세종 세조 때 사람으로

이조참판과 강원도 관찰사 등을 지낸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의 행적이 자못 수상하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따르면

기생을 간통하고 첩으로 삼은 일로 파직되는 등

공직에 있으면서 심한 바람기를 가득 뿜어낸 탓에

파직과 복직의 특이한 과정을 가진 가지고 있다

첩을 거느리는게 자연스러웠던 조선시대에

나라의 최고 공식 문서에까지 행적이 기록되고

공직에서 짤렸을 정도면

그저 지나가는 남녀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인데

노무현 대통령시절

신정아와의 스캔들로 화제를 모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수준 정도는 되는 듯!

이 분도 막강한 연줄과 파워를 가졌기에

문재인 정권의 막후 실력자라고도 하더구만.....

 

 

어찌되었든

《 꽃밭에서 》 노래의 가사가 된

《 화원 》 이라는 제목의 한시는

최한경이 벼슬길에 나아가기 전

1444년에 지은

순수하고 풋풋하던 성균관 유생 시절의 작품이다

 

 

花 園 (화원) / 최한경

坐中花園 瞻彼夭葉 (좌중화원 첨피요엽) ​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 云何來矣 (혜혜미색 운하래의)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灼灼其花 何彼艶矣 (작작기화 하피염의)

아름다운 꽃이여 그리도 농염한지

斯于吉日 吉日于斯 (사우길일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君子之來 云何之樂 (군자지래 운하지락)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臥彼東山 望其天矣 (와피동산 망기천의)

동산에 누워 하늘을 보네

明兮靑兮 云何來矣 (명혜청혜 운하래의)

청명한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維靑盈昊 何彼藍矣 (유청영호 하피람의)

푸른 하늘이여 어찌 저리도 쪽빛인지

 

 

吉日于斯 吉日于斯 (길일우사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美人之歸 云何之喜 (미인지귀 운하지희)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미로운 옛 선조의 한시에

내 몸에 딱 맞는듯 잔잔한 곡조

청아하면서도 따스함이 스며들어 있는 노래

어느 누가 한물간 대중가요라고 우습게 보리요

 

 

레트로

명곡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아름다운 우리 노래를 찾아보는 르네상스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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