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1 백인제 가옥 김광규 시인의 [묘비명]이라는 시가 있다.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북촌 가회동에 위치한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의 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제강점기 한옥이다. 우리들에게 그렇게 알려져 있고 그렇게 알리고 있다. 백인제가옥은 전통적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근대적 변화를 수용하여, 건축 규.. 2020. 7.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