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성시대

예전에
직장 사무실이 남산에 있었을 때 였다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려고
명동쪽으로 내려왔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명동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최고의 중심지였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의 백화점 뿐만 아니라
상업 제일 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은행 본점들과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이런저런 증권사 단자회사
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싸롱이라는 주다야싸들과
비싼 식당과 싼값에 갈 수 있는 술집 그리고
마이하우스 같은 디스코장과 오디오가게들 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있는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편리한 곳이었다

지금은 강남으로 옮겨 서울성모병원이라 부르는
명동성모병원도 있었지만
죽을 병도 아닌 그저그런 감기몸살 때문에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종합병원에 갈 이유가 없어
병원을 찾으러 명동의 거리를 따라갔다

그런데.....
여기저기 병원간판은 가득히 많건만
내가 찾는 병원이나 의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있는 것은
오직 성형외과의원 간판들 뿐!

이럴수가!!!
없는 것이 없는 이 동네에서
이렇게 많고도 많은 쌔고쌘 병원들 가운데
있는 거라곤
성형외과
오로지 성형외과의원들 뿐이라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려했는데
의사는 코빼기도 못보고
병원 찾으러 헤매고다니다 점심도 못먹고
그냥 다시
터덜터덜 사무실로 들어가야 했던 기억이
90년대 그때의
명동에 대한 추억아닌 추억이 있었다.

그당시 성형외과의 메카였던 명동
이제는 옛 말이 되었다
금융기관들이 여의도로 몽땅 건너갔듯이
내노라하는 의상실들이 청담동으로 갔듯이
성형외과들도 강건너 압구정으로 모두 옮겨갔다
모르긴 몰라도
압구정역 주변에서 내과를 찾으러다니면
아마? 명동에서의 내 꼴처럼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
강남에서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곳이
교대역이다
교대역 앞에서 보자!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약속했다가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곳
지하철 출구가 무려 14개가
이곳저곳 여기저기에 뻗쳐있는 아주 복잡한 곳
그래서그런지
타고내리는 사람들도 많고
환승역이기에 갈아타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2호선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러
혼잡한 환승통로를 걷다보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젊고 아름다운 광고판들

2호선과 3호선 환승통로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판 모두가
성형외과의원를 선전하는 광고판들이다
그중 한 예쁜 모델이 나에게 다가와 묻는 듯 하다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아세요?